18일 처음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수능은 국어와 수학이 대체로 변별력 있었다는 평이 나왔는데, 올해 수능은 주요 과목 모두가 까다롭게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2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와 답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고, 오는 29일 정답을 확정 발표한다. 수능 성적은 다음 달 10일 수험생들에게 통지된다.
◇국어·수학·영어 모두 어려워
올해 수능은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래 처음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졌다. 모든 수험생이 국어·수학 영역에서 ‘공통과목’을 함께 치고, 이 외에 ‘선택과목’을 골라 응시했다. 선택과목은 국어의 경우,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 수학은 ‘확률과 통계’ ‘기하’ ‘미적분’ 중 하나를 택했다. 그런데 첫 교시인 국어가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됐고 수학도 변별력이 두드러지게 나왔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문·이과생이 함께 보는 ‘공통과목’이 ‘선택과목’보다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작년부터 코로나로 원격 수업을 받은 수험생들이 공부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던 탓에 시험장에서 느꼈을 체감 난도(難度)는 더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1교시 국어 영역은 지문이 예년보다 짧았지만 헤겔의 변증법, 국제경제와 기축통화에 대한 내용은 단번에 읽고 풀어내기 어려웠을 거라는 지적이다. 오수석 경기 소명여고 교사는 “지문은 짧아졌지만 개념을 추론하는 게 많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기관들은 1등급(상위 4%) 커트라인(원점수 100점 만점 기준)을 지난해 수능보다 3~7점가량 떨어진 81~85점 사이로 예상했다.
2교시 수학도 최상위권 학생을 가려내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이 줄어든 대신, 중위권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준(準)킬러 문항’이 늘었다. 또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모두 변별력 있게 출제됐다. 입시 기관들은 1등급 커트라인을 작년보다 2~5점가량 떨어진 81~87점으로 내다봤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3교시 영어도 작년보다 변별력이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1등급(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비율이 12.7%를 차지해 ‘물영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1등급 비율은 7%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전체적으로 최상위권은 수학, 상위권은 국어나 수학의 변별력이 클 것”이라며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영어도 상당한 변별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EBS 연계율 낮아져
올해 수능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 개편되면서 주요 과목인 국어와 수학에 처음으로 선택과목이 도입됐다. 등급과 점수를 문·이과생 모두를 모(母)집단으로 해서 매긴다. 이 때문에 입시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수학에 취약한 문과생이 좋은 등급을 받기 불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어떤 선택 과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BS 교재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비율(EBS 연계율)도 70%에서 50%로 낮아졌다. 제2외국어 영역 역시 올해부터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위수민 수능 출제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능 체제에 변화가 있지만, 수험생들 간 유불리를 최소화하고 EBS ‘연계 체감도’가 높은 지문이나 문항들을 출제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이처럼 선택과목에 따라 실제 성적표에 찍히는 표준점수(난도에 따른 보정 점수)가 달라지는 만큼 수험생들이 지원 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수능 당일 수험생들이 가채점을 하고 이에 따라 입시 준비를 했는데, 올해는 성적표를 받아드는 순간까지 본인 성적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주요 입시 기관들은 수능이 끝난 이후 각 과목 등급 커트라인을 집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첫 문·이과 통합 수능이라 올해 입시는 상당히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올해는 가채점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라면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지원 가능 대학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표준점수
응시자의 성적(원점수)을 난이도에 따라 보정한 점수. 시험이 쉬울수록 내려가고 어려우면 올라간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랐다는 것은 시험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의미다.
☞백분위
한 영역(과목) 내 수험생의 상대적 서열을 나타내는 수치. 예컨대 어떤 수험생의 백분위가 80이라면 이 학생보다 점수가 낮은 학생 비율이 80%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