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는 지난 3월 코로나 장기화로 학습 공백이 생긴 지역 내 저소득층 아이들 2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스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AI(인공지능) 학습 디지털 기기를 1대씩 지원해주고,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통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르는 부분은 지역 대학생 등 ‘멘토’에게 물을 수 있도록 연계해줬다. 그 결과 학생들의 학습 수행률(끝까지 학습 진도를 마친 비율)이 5월 54%에서 6월에는 68%로 뛰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코로나로 인해 교육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AI 교육이 해결책을 제시해줬다”고 했다.
코로나 여파로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한 지난 1년 반 동안 교육계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등 학습 결손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 서초구, 경북 포항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AI를 통한 ‘맞춤형 교육 플랫폼’을 도입하며 교육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HTHT(하이터치 하이테크) 2021 콘퍼런스’에서는 이런 다양한 지자체의 노력이 공개됐다. 서초구는 지난해 4월 코로나로 학습 결손이 우려되는 저소득층 초·중학생 246명에게 국내 에듀테크 기업 ‘아이스크림에듀’의 AI 학습기를 지원했다. 포항시는 한동대와 협약을 맺고 올 초부터 지역 내 보육 시설 아이들 35명에게 AI 학습 지원을 해준다. 아이들이 먼저 AI 기기를 활용해 자기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하면, 대학생들이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는 식이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그동안 보육 시설에선 공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AI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다들 ‘이건 기적’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제주도는 한 에듀테크 기업과 협약을 맺고 지역 내 5개 초등학교의 소외 계층 학생 70여명에게 AI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하기로 했고, 대구시교육청은 글로벌 AI 플랫폼인 ‘칸아카데미’를 활용해 지역 내 모든 초·중학교 학생들이 정규 수학 수업 시간에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학력 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교육부와 대다수 교육청은 AI 플랫폼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AI 기술은 사교육 업체나 에듀테크 기업에서 선도하고 있는데, 전교조와 진보 단체 등이 “공교육을 사교육 업체에 맡길 참이냐”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은 “AI 맞춤형 교육은 인간 교사와 AI 교사가 협력해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학습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많은 성과와 데이터가 모이면 AI 플랫폼이 학교에서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