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교수·교직원들이 학교별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학생지도비를 타내기 위해 서류 조작을 일삼다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적발됐다. 학생 멘토링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같은 날 옷을 바꿔 입어가며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가짜 증빙사진 등으로 총 11억7000만원을 챙긴 대학, 학생 안부를 묻는 수준의 카카오톡 대화 1건마다 13만원씩 360여만원을 교수에게 지급한 대학 등이 문제가 됐다.

권익위는 “신고를 토대로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전국 주요 12개 국·공립대를 표본으로 선정해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며 “10개 국립대에서 가짜 또는 부풀린 실적을 등록하는 등 방법으로 총 94억원을 엉터리로 집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학생지도비는 과거 기성회비 교직원 수당을 폐지하고 도입한 것으로, 재학생들 수업료로 충당된다. 학생 상담, 교내 안전지도 활동 등 개인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 시간, 주말 등 휴일에 학생 관련 활동을 해야 실적이 인정된다. 김기선 권익위 심사보호국장은 “학생지도활동비는 학생 상담이나 안전지도 등의 실적을 대학심사위원회에서 엄격하게 심사해 지급해야 하는데도 부당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권익위 적발 사례 중에는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단순히 이메일 전송한 것을 상담으로 인정해 1건당 10만원씩 총 2700여만원을 지급한 대학도 있었다. 이 대학은 안식년 또는 해외연수 중이라 물리적으로 학생지도를 하기 어려운 교수들에게도 학생지도비 3500만원을 지급했다. 실제로는 오후 7시에 퇴근해 놓고 밤 11시까지 학생들을 지도한 것처럼 속인 교직원 50명에게 5700만원을 나눠준 대학도 있었다. 권익위 담당자는 “직원들 차량 출입 기록을 조사해 적발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학이 증빙자료가 없거나 상담 내용이 부실한데도 학생지도비를 10억~20억원씩 집행했다. 외국 학생에 대한 상담 등을 근거로 1인당 600만원씩 교직원 257명에 14억원을 지급한 모 대학의 경우, 일부 직원은 상담해줬다는 학생의 국적도 모르는 상태였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학내 도서관에서 학생을 만나 멘토링을 해줬다며 20만원씩 학생지도비를 타간 교직원들이 조사 결과 재택근무를 했던 것으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이번 조사 대상은 부산대, 부경대, 경북대, 충남대, 충북대, 전북대, 제주대, 공주대, 순천대, 한국교원대, 방송통신대, 서울시립대 등 12곳이었다. 권익위는 상당수 대학의 자료 제출 거부로 조사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는 “교육부에 전면 감사를 요구하고 일부 대학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39개 국립대에서 매년 1146억여원 학생지도비가 집행되는 사실을 고려하면 교육부 감사에 따라 부당 집행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