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합격자를 많이 낸 상위 20개 고교 가운데 일반고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엔 일반고 2곳이 상위 20위 안에 들었는데, 올해는 상위권 일반고 순위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합격자를 20명 이상 낸 일반고는 지난해 3곳이었는데 올해는 없다. 작년 한 해 코로나 사태로 등교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가운데, 일반고 우수 학생들이 입시에 어려움을 겪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가 1일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1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출신 고교별 현황(최종 등록 기준)’을 분석한 결과다.

◇자사고 승소한 세화·배재고 강세

예체능 특목고인 서울예술고가 수시 70명, 정시 4명 등 74명으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냈다. 이어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가 합격자 68명을 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용인외대부고는 60명의 합격자가 나와 그 뒤를 이었다. 이어 경기과학고(53명), 하나고(46명), 대원외고(43명), 대전과학고(43명) 등의 순이다. 지난해는 서울예술고(79명), 용인외대부고(63명), 서울과학고(63명), 대원외고(58명), 경기과학고(57명), 하나고(56명) 순이었다. 올해 영재학교 강세가 두드러졌다. 전국 영재학교 8곳이 모두 상위 14위 안에 들었다. 합격자도 지난해 282명에서 올해 327명으로 45명 늘었다.

자사고 합격자도 지난해 495명에서 올해 502명으로 늘었다. 상위 30위 내 자사고는 지난해 9곳에서 11곳으로 늘어났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달 1심 승소한 세화고는 합격자가 25명(15위)으로 지난해(22명·19위)보다 늘었다. 같은 소송에서 승소한 배재고도 합격자가 지난해 7명에서 올해 19명으로 늘어 자사고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정부는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2025년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블라인드 평가’ 해도 일반고 약세

서울대 입시 합격자 상위권 고교를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가 차지한 반면 일반고 순위는 지난해보다 내려갔다. 지난해 공동 19위로 일반고 가운데 순위가 가장 높았던 단국대 사대부고(올해 32위)와 화성고(35위)는 30위 밖으로 밀려났다. 올해는 서울고·낙생고·상문고가 공동 27위로 일반고 중 가장 순위가 높았다. 일반고 최고 순위도 지난해 19위에서 올해 27위로 8계단 내렸다.

상위 20위 내 일반고는 지난해 2곳에서 올해는 한 곳도 없고, 상위 30위 내 일반고도 지난해 4곳에서 올해 3곳으로 줄었다. 상위권 일반고가 지난해보다 약세였던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부 내 학교명 등을 가리는 ‘블라인드 평가’가 도입됐지만 일반고보다는 오히려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 상황에서 일반고와 자사고·특목고·영재학교의 학생부 작성과 학력 격차 등이 더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부정 입학 의혹이 커지자 대입 공정성을 강화한다며 2021학년도 입시부터 블라인드 평가를 도입했다.

서울대 합격생을 1명 이상 낸 고교는 지난해 910곳에서 올해 942곳으로 늘었다. 고3 재학생만 응시 가능한 수시 지역 균형 선발 전형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네 영역 중 세 영역 이상 2등급 이내’에서 ‘네 영역 중 세 영역 이상 3등급 이내’로 완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찬민 의원은 “코로나로 심화된 일반고와 특목고·자사고 등의 학력 격차가 확인된 것”이라며 “정부는 자사고, 외고를 없애 하향 평준화하지 말고 일반고 경쟁력을 높일 구체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