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앞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나 택배 상품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비 업무 외에 그런 가욋일을 너무 많이 시키면 52시간 근무제도 지켜야 하고 휴일 수당 등도 지급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감시 업무를 주로 하는 ‘감시적 근로자’에 해당한다. 감시적 근로자들은 업무 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정부 승인을 받아 주 52시간제에 상관 없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경비 업무 이외에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택배 물품 보관이나 주차 관리,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 등 다른 일을 시키는 것을 경찰이 단속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현행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원들에게 경비 이외 업무를 시키면 안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이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아파트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쓰레기 분리수거나 택배 맡아주는 일을 하는 직원을 따로 뽑기엔 아파트 단지의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다. 경찰이 단속한다고 나서면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일부 경비원을 해고하는 아파트도 생겨났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경비원들이 이런 부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난해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했고, 오는 10월 21일부터 시행된다.
그러자 이번엔 경비원들이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아질 수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고용부가 나서 부수 업무를 너무 많이 시키지 못하도록 세부 지침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10월 21일 이전에 마련하기로 했다.
일단 고용부는 택배와 주차,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는 허용할 분위기다. 하지만 예를 들어 주차 업무라도 단순히 외부 차량이 아파트 단지에 무단 주차하는 걸 감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중 주차한 차량을 차주 대신 밀어달라는 주민 요구까지 들어줘야 하느냐는 논쟁거리다. 택배 물품 관리도 물품을 경비실 한쪽에서 맡아주고 주민들이 알아서 찾아가게 하는 건 괜찮지만, 무거운 택배를 이리저리 옮기고 쌓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앞으로 나올 가이드라인이 세부적이지 않으면 아파트 단지마다 경비 업무 범위를 놓고 주민과 경비원 사이 분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부 경비원은 24시간 교대제를 유지하면서 경비 업무만 맡고, 일부는 주간에만 일하면서 다른 부수 업무를 맡게 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