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지역 명문으로 군림하던 지방 국립대들이 쇠락하고 있다. 급속도로 학생과 교수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경북대의 경우 자퇴한 학생이 지난 2014년 389명에서 작년 690명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모집 인원 330명인 이 학교 경상대학 신입생 2년치가 한 해에 빠지는 셈이다. 자퇴생 중 약 95%는 다른 학교 진학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 경쟁력을 이끄는 다른 지역 거점 대학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북대는 2015년 396명이던 자퇴생이 작년 535명으로 늘었고, 부산대는 같은 기간 409명에서 532명으로 늘었다.

한 지역 국립대 총장은 “학생이 빠져나가는 현상도 두드러지지만 유능한 교원도 수도권이나 해외 대학에 빼앗기고 있다”며 “우리도 유럽권에서 어렵게 모셔온 공대 교수를 작년 중국 대학에서 스카우트해 갔다. 학생이 없으니 우수 교원이 나가고 교원이 빠져나가니 학생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드러난 국립대 침체

올해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에 참여한 우리나라 국립대 20곳 가운데 작년보다 순위가 오른 곳은 군산대(501~560위→401~450위) 단 한 곳뿐이었다. 아시아 대학평가에서는 250위 밖부터는 순위를 범위로 공개하고 있다. 나머지 19곳은 일제히 순위가 떨어지거나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 이 중 서울교대만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지방 국립대 위기가 대학평가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우리나라 4년제 국립대 총 38곳 중 32곳은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제외한 비수도권에 있다.

국립대 중에선 부산대(97위)만 유일하게 100위 안에 들었다. 그나마 이마저도 작년보다 순위가 17계단 떨어졌다. 경북대(104위)·전북대(110위) 등 전통적인 지역 거점 국립대들도 작년보다 경쟁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300위 안에 든 국립대는 작년 10곳이었지만 올해 제주대(301~350위)가 300위 안에 들지 못하면서 9곳으로 줄었다.

대학평가에서 중하위권 대학들은 추락세가 더 가파르다. 경상대(213위→242위)와 충북대(206위→249위)가 각각 작년보다 29계단, 43계단 하락했다. 목포대(401~450위→501~550위)와 한국교원대·금오공과대(451~500위→551~600위), 순천대(401~450위→551~600위), 안동대(501~550위→600위 밖), 공주대(451~500위→600위 밖)는 1년 만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강형 경북대 교수는 “국립대 재정 대부분이 발전 기금이나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데, 그마저도 발전 기금은 연구비로 쓰지 못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학생 줄고, 교수 초빙 어려움 커져

전문가들은 국립대가 대부분 비수도권에 있어 학생·교원 유치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사립대보다 재정 운영이 자유롭지 않은 것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학령 인구의 급속한 감소가 겹치면서 사정이 더 악화했다. 이런 상황은 서울 지역 대학들보다는 지역 거점 국립대에 직격탄이 됐다. 대학 경쟁력의 핵심인 연구 역량도 점점 더 기르기 어려워지고 있다. 부산대 총장을 지냈던 전호환 부산대 교수는 “교수들이 네이처 논문에 한번 등재되면 다 서울 소재 대학으로 스카우트된다”며 “논문 잘 쓰는 교수들이 빠지니 논문당 피인용 수 같은 지표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국립대로서는 성과 연봉제를 한다 하더라도 우수 교원을 외국에서 끌어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타개책으로 지방 국립대 무상 교육 방안까지 나오지만, 교육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열린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 인재들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국립대 교육과 연구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며 지방 국립대 등록금 면제를 공약했다. 이강형 경북대 교수는 “지금도 국립대 등록금은 사립대 대비 싸고 장학금도 많은데 학생들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국제 교류를 활발히 할 인프라를 개발해 학계 평가나 졸업생 평판도를 올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