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수학과 과학 문제를 잘 풀지만, 이 과목들이 ‘가치 없다'고 여기는 비율이 높고 자신감과 흥미는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국제 교육성취도평가협회가 발표한 ’2019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 연구(TIMSS)’에서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세계 3위, 과학은 2위였다. 중학교 2학년생들은 수학이 세계 3위, 과학은 4위였다. 이 연구는 1995년 시작해 4년마다 한다. 이번엔 58국 초등학생 33만여 명과 39국 중학생 25만여 명이 참여했다.
우리나라 초4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국제 평균을 500점으로 둘 때 600점으로 싱가포르(625점), 홍콩(602점)에 이어 3위였다. 2011년엔 2위, 2015년엔 3위였다. 과학 성취도는 588점으로 싱가포르(595점) 다음으로 높았다. 2011년 1위, 2015년 2위였다. 이번 평가에서 수학은 수월, 우수 수준, 보통 수준 이상 학생 비율이 직전 평가(2015년)보다 2~4%포인트쯤 유의미하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중2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는 2011년 1위, 2015년 2위, 2019년 3위로 조금씩 내려갔다. 과학은 2011년 3위, 2015년 4위, 2019년 4위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 등에 동의하는 정도를 설문으로 평가한 결과에서 한국 중2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는 세계 최하위(39위)였다.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학생 비율이 61%에 달했다. 수학이 가치 없다고 평가한 중2 학생 비율이 30%로 대만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초4 학생들도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 학생 비율이 40%로 대만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자신감을 묻는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수학과 과학 모두 바닥권이었다.
교육계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학 입시 때문에 사교육을 많이 받아 문제는 잘 풀지만, 자발적 관심과 흥미를 가지지 못하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른바 ‘수포자(수학 포기자)’ ‘과포자(과학 포기자)’ 학생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지금처럼 입시에 떠밀려 문제 풀이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학원식 수업이 계속되면 극히 일부 상위권 학생만 끝까지 따라가고, 나머지는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