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돌봄 업무의 운영 주체를 지방자치단체로 명시하는 방안을 두고 돌봄전담사 관련 노조와 교원 단체가 충돌하고 있다. 초등 돌봄교실에서 일하는 돌봄전담사는 학교가 돌봄 업무까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교는 교육기관이니 보육은 지자체에서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현수막 걸기 등 여론전까지 나섰다. 맞벌이 등 학부모와 학생들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현재 초등 돌봄교실 이용 학생 수는 약 20만명에 달한다.
돌봄전담사들이 속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오는 6일 초등돌봄교실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돌봄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온종일 돌봄 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 법안(온종일 돌봄 특별법)’ 폐기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교사, 돌봄전담사 갈등으로 번져
최근 한 초등학교 건물 외벽에는 ‘학교 돌봄은 교육이다. 학교는 모르쇠? 지자체 민간 위탁 중단하라!’ 등의 현수막이 붙었다. 돌봄전담사들이 속한 노조들은 초등학교 건물과 그 인근에 돌봄 파업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있다. 그러자 몇몇 교원 커뮤니티에선 이런 현수막이 불법 옥외 광고물이라며 신고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일부 돌봄전담사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돌봄 파업 반대 영상이나 글을 올린 교원들을 찾아내 학교와 교육청에 “정치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민원을 넣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런 갈등은 지난 6월과 8월 각각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현재 학교가 맡는 돌봄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온종일 돌봄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불붙었다. 한국교총이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 단체는 원칙적으로 보육인 돌봄 업무는 지자체에서 맡아야 한다며 이런 법안에 찬성 입장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학교에 방역 업무까지 몰린 상황에서 돌봄교실 업무까지 가중된다고 하고 있다. 반면 돌봄전담사들은 돌봄 업무가 지자체로 이관되면 결국 민간 위탁 형태로 흘러가 고용 불안을 촉발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법안을 막기 위해 오는 6일 파업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파업 이틀 전인데 해법 안 보여
6일 돌봄 파업에는 전국 2200교에서 돌봄전담사 3300여 명이 동참할 전망이다. 전체 돌봄전담사(1만2000여명)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파업이 당장 이틀 앞으로 닥쳤지만 상당수 학교는 아직 학부모에게 별도의 안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도 일선 학교에 파업에 대비한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를 돌봄교실에 임시로 투입하자는 방안도 나왔지만 교원 단체가 일제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지난달 26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돌봄 파업 시 교사를 투입하는 것은 부당 노동 행위”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전교조도 2일 “교사들을 돌봄 업무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3일 오후 교육부는 한국교총·전교조·실천교육교사모임·새로운학교네트워크·교사노동조합연맹 등 교원 단체 5곳, 학비노조·전국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 등 돌봄전담사 관련 노조 3곳과 함께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파업 해법에 대해선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한 회의 참석자는 “회의 내내 평행선만 달렸다”며 “파업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학부모 “2020년은 돌봄 지옥” 호소
맞벌이 가정 학부모들의 분노와 우려는 커지고 있다. 초1 자녀를 둔 장모(32)씨는 “돌봄이 무슨 균 덩어리도 아니고 핑퐁 하듯이 교사와 돌봄사 집단이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초1·2 남매를 키우는 우모(36)씨는 “파업에 대비해 친정어머니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올해 원격 수업으로 육아 문제는 물론 학력 저하까지 걱정하는 것도 모자라 이익집단 간 알력 다툼으로 또 돌봄 공백이 오니 분통 터진다”고 했다.
‘아이들을 볼모 삼아 노조 밥그릇 챙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비노조는 이미 법안이 발의되기 전인 지난 2월 ‘노동시간 확대와 임금 체계 개편을 위한 돌봄 파업’을 2020년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초3 학부모 강모(37)씨는 “왜 우리 아이들이 노조에 이용되어야 하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