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거주지 학군 내에서 추첨으로 배정하는 현행 중학교 신입생 배정 방식을 24년 만에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는 중학교 진학 때 희망 학교 지원을 받지 않고 거주지 학군에서 전산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하는데 2개 이상의 희망 학교를 지원하고 추첨으로 배정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 8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이 같은 중학교 배정 방식 변경에 대한 학부모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상당수의 학부모는 “집 근처 학교를 두고 30분 이상 통학하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 홈페이지의 시민청원에 “학교 지원제를 도입하는 서울형 중학교 배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원이 올라와 1만2050명의 동의를 받았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은 1만명 이상 동의를 받을 경우, 교육청이 공식 답변을 내놓도록 되어있다.

◇빠르면 현재 초등 4학년부터 적용 가능성

현재 서울의 중학교 배정은 서울의 425개 동을 46개 학군으로 묶어 거주지 인근 학교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강남구 신사동·압구정동·청담동·삼성1동·논현1~2동·역삼1동에 사는 학생은 강남 1학군에 속한 압구정중·봉은중·신구중·신사중 등 7개 중학교 가운데 1곳에 배정된다. 중학교 배정 방식에 학교 지원제가 도입되고 학군이 확대되면 이 동네에 살지 않는 학생도 신사중 등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신사동 등에 살아도 추첨에서 떨어지면 자신이 지원한 학교에 들어갈 수 없고 거주지에서 먼 학교로 배정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빠르면 2023학년도 중학교 신입생부터 배정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현재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강남 집값 잡겠다고 중학교 학군까지 손대느냐”

교육청 홈페이지 시민청원과 학부모 카페 등에는 반대 의견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에 올려 1만명 이상 동의를 받은 한 청원자는 “학부모들은 근거리 중학교를 원할 수밖에 없는데 집 앞 학교를 두고 30~50분 거리의 통학 시간을 감내하라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통학 시간에 지치고 여러 위험에 더 노출될 것”이라고 했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 3학년생 학부모는 “원하는 중학교를 가려고 어렵게 이사 왔는데 배정 방식을 바꿔 불이익을 준다면 역차별”이라며 “강남 집값 잡겠다고 중학교 학군까지 손대느냐"고 했다. 학부모 카페 등에는 “공산당식 통제로 전세 시장 망가뜨리더니 중학교 배정 방식까지 바꾸려고 하느냐" 등 반대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뉴시스

◇명문 중 지원 과열 현상 등 벌어질 수도

중학교 지원제가 도입되면 학군 개편 범위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현행 학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원 가능한 학교도 거주지 학군으로 제한하면 강북에서 강남 인기 학군 중학교로는 지원할 수 없다. 현행 서울의 고교 배정처럼 지원 학교 수와 배정 인원을 소폭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파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서울의 고교는 1단계에서 학군 제한 없이 학교 2곳을 지원해 정원의 20%를 전산 추첨으로 배정하고, 2단계에서는 학군 내 2개 학교에 지원해 정원의 40%를 추첨하는 식으로 배정한다.

만약 학군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서울시 전역의 학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학군을 광역화할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강남, 목동 등의 중학교로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 학교 주변에 사는 학생들은 추첨에서 떨어지면 집에서 먼 학교로 배정돼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입시계의 한 관계자는 “이른바 공부 잘하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대입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정도라서 학교 지원제가 도입되면 명문중 과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지역별, 학교별 학생 수 격차가 심해 균형 배정을 추진하는 것이지 근거리 배정을 원거리로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전은 2022학년도부터 중학교 개편안 도입

중학교 배정 방식 변경은 대전시교육청의 사례가 있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2022학년도부터 학교별 정원의 70%는 지원을 받아 지망 순위에 따라 추첨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30%는 거주지 중심으로 근거리 배정하는 방안을 확정해 지난 7월 말 행정 예고했다. 현행 28개 학군을 18개로 줄여 더 큰 범위로 학군을 개편하고 3개 학교까지 지원하도록 해 학교 정원의 70%를 추첨 배정하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