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가 작년 11월 28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원 순직 사건을 수사해 온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사고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사고 발생 1000일째 되는 이날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검팀은 “스무 살 군인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가 이제라도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자리”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8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임 전 사단장은 수중 수색 상황을 언론 보도를 통해 인식했음에도 묵인·방치했고, 사고 이후에는 수사 정보를 수집하며 증거 인멸과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며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하고도 그 책임은 하급자에게 돌리는 태도는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특검팀은 또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이 없는 상태에서도 현장에 나타나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인 상황’을 만들어 지휘 체계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했다. 특검팀은 함께 기소된 박상현 전 7여단장과 최진규 전 포병여단장에게는 각각 금고 2년 6개월을, 이용민 전 대대장에게는 금고 1년 6개월, 장모 전 중대장에게는 금고 1년을 구형했다.

임 전 사단장 등 해병대 지휘관들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당시 구명조끼 등 필수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무리한 수중 수색을 강행시켜 채수근 상병을 숨지게 하고, 또 다른 장병을 다치게 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의 경우, 당시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으로 이양되었는데도 수색 첫날부터 직접 바둑판식 수색 등의 작전 지시를 내리며 권한을 행사해 현장에 혼란을 초래한 군형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는다.

임 전 사단장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임 전 사단장은 어느 누구에게도 ‘허리까지 들어가 수색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여단장 등이 자체적으로 입수 한계를 확장해 전파했고 사단장과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2년 넘게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억울함을 살펴달라”고 했다.

직접 최후 진술에 나선 임 전 사단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부모님의 큰 슬픔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재판 과정을 통해 제가 얼마나 부족한 지휘관이었는지 깊이 자각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그러나 “군 생활 38년의 명예를 걸고 도덕적 책임은 통감하지만, 형사처벌을 받을 만큼의 죄를 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채 상병 유족이 출석해 엄벌을 탄원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을 소모품 취급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렇게 내보낼 수 있느냐”며 “구명조끼만 있었어도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지휘관들이 책임지지 않는다면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채 상병의 아버지 역시 “해병대 장갑차조차 철수하고 육군도 기상 악화로 철수한 곳에 왜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들어가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건 살인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