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대전고검장)는 통일교 측에서 명품 시계와 현금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에 대해 ‘공소권 없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법조계에선 “전날 전 의원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되니까 알아서 면죄부까지 준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합수본에 따르면, 전 의원은 2018년 8월 청탁 대가로 통일교 측에서 명품 시계 1점과 현금 2000만~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합수본은 “전 의원이 받은 금액을 특정할 근거가 없다”며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최저 공소시효인 7년을 적용했다. 또 통일교 측이 2019년 청탁과 함께 전 의원의 자서전 500권(시가 1000만원)을 사준 혐의도 구체적인 청탁 증거를 못 찾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와 함께 합수본은 통일교 측에서 수천만 원 수수 혐의를 받은 임종성 전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간부들도 모두 공소권 없음이나 혐의 없음 처분했다.
다만 합수본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전 의원 사무실 PC를 초기화하고 하드디스크 등을 훼손한 보좌진 4명은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무언가를 감추려고 증거를 인멸한 보좌진은 기소하면서, 범죄 혐의를 받은 정치인이 무혐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뇌물 의혹 전재수는 놔주고… 보좌진만 ‘증거 인멸’ 기소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은 작년 12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이 끝날 때쯤 불거졌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작년 12월 5일 자신의 재판에서 “앞서 8월 22일 특검팀 조사에서 ‘민주당 전재수 의원·임종성 전 의원, 김규환 전 미래한국당 의원도 통일교에서 3000만~4000만원가량의 현금과 명품 시계를 받았다고 들었다’는 진술을 했는데 민주당 쪽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폭로를 한 것이다.
당시 윤씨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정부 비선 실세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면서 거액의 정치자금과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돼 있었다.
민주당 인사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이 안 되면서 관련 진술이 나왔는데도 봐줬다는 ‘편파 수사’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특검팀은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내사 사건 등록을 해놓고 수사기관에 이첩할 계획이었다”며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특검이 정치인의 불법 정치자금, 뇌물 수수 관련 진술을 받아놓고도 3개월 넘게 뭉개고 있었던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에선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졌다. 경찰은 작년 12월 15일 오전 9시쯤 전 의원 의원회관 사무실에 도착하고도 2시간 20분이 지나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미 관련 보도가 쏟아진 뒤였다. 당시 사무실 안쪽에선 문서 파쇄기 작동음이 들렸다고 한다. 지역 보좌관이 PC 하드디스크를 밭두렁에 버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같은 달 19일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 조사했고, 올해 1월 6일 출범한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이 사건을 넘겼다. 합수본 수사도 더뎠다. 지난 2월 10일에야 압수수색에 나섰는데 정작 전 의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소환 조사도 지난달 19일 한 차례가 다였다. 경찰과 합수본이 5개월간 전 의원을 수사했지만 사무실 압수수색은 3회, 소환 조사는 2회에 그쳤다.
결국 합수본은 전 의원 등 정치인 3명과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간부들에게 ‘공소권 없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그러면서 전 의원의 보좌관 4명만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의 핵심인 밀행성·신속성 모두 결여된 채 전 의원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이번 결론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했다.
합수본이 이번 수사에서 밝혀낸 것은 전 의원이 2018년 8월 21일 통일교 천정궁에서 785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며, 2019년 7월 전 의원의 지인이 이 시계 수리를 맡겼다는 것 뿐이다. 합수본은 전 의원이 통일교 측에서 ‘한일 해저 터널’ 관련 청탁을 받았다는 정황을 확인했지만, 통일교 측이 전 의원에게 건넸다는 돈의 규모를 특정하지 못했다. 통일교 산하 ‘예술중고교 이전’ 청탁과 관련해선, 통일교 측이 전 의원의 자서전 500권, 1000만원 상당을 사준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인 청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합수본은 밝혔다.
이 때문에 합수본은 한일 해저 터널 청탁 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로 판단했고, 예술중고교 이전 청탁 사건은 대가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형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지만, 뇌물죄의 경우 액수가 3000만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서둘러 증거를 확보하고 수수 금액을 특정했으면 추가 수사를 통해 처벌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씨 진술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수사했다면 훨씬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 측은 “‘몸통’ 전재수만 빠지면 안 된다” “꼬리(보좌관)가 기소됐단 것은 몸통의 죄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