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대전고검장)가 수수자로 지목된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10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인 전재수 의원이 명품 시계를 받은 의혹은 ‘공소권 없음’ 처분됐다.
전 의원이 공천을 확정받고 난 후에야 혐의를 벗자 법조계에서는 “합수본이 여권 실력자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전 의원이 전날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되자, 합수본이 하루 만에 기다렸다는 듯 수사 결과를 발표한 모양새라는 것이다.
지난 1월 6일 출범한 합수본은 약 3개월간 수사를 벌이고 이같이 결론 내렸다. 합수본 관계자는 “전 의원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통일교 의혹을 수사한 합수본 경찰팀은 지난 3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검찰이 이날 기록을 반환하면서 수사가 종결됐다.
전 의원은 2018년 8월 21일 경기 가평군에 있는 통일교 천정궁에서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청탁을 받고 785만원 상당 까르띠에 시계 1점과 현금 2000만~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았다. 합수본은 정원주 전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이 시계를 구입하고, 전 의원의 지인이 2019년 7월 해당 시계를 수리 맡긴 사실도 확인했지만 시계 실물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합수본 관계자는 “전 의원과 통일교 정선교회장 목사가 8월 21일 천정궁을 방문했을 때 시계가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면서도 “수수했다고 단언하긴 어렵고 그러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현금 제공과 관련해선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로, 현금 수수 여부나 액수를 특정하기 어렵다”라며 “시계를 포함해 제공된 금품이 3000만원 이상이라고 보기 어려워 공소시효(7년)가 완성됐다고 봤다”고 했다. 3000만원이 넘어가면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지만, 돈의 액수 자체를 밝혀내지 못해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냈다는 것이다.
당초 이 의혹은 민중기 특검팀이 처음 인지했다. 특검팀은 작년 8월 22일 윤 전 본부장에게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진술을 받았지만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후 ‘수사 뭉개기’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1월 출범한 합수본이 사건을 이어받았다. 특검 측 관계자는 “합수본이 수수 시점을 2018년 8월 21일로 특정했다면, 저희가 사건을 인지했을 때도 이미 공소시효 시점이 완성됐던 셈”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2019년 10월 통일교 산하 선화예술중고의 이전 관련 청탁을 받고 자서전 500권 구입 대금 명목인 현금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대해 합수본은 “자서전을 구입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무렵 통일교에서 전 의원을 만나 청탁했다고 볼 구체적인 사정이 없다”며 무혐의로 판단했다. 앞서 합수본이 확보한 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전 의원 미팅’이라는 문구와 함께 ‘유니버설 재단 및 선화예술중고 이전 개발’ 등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김 전 의원은 2020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각각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았다. 합수본은 “두 사람이 각종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등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구체적인 금품 액수나 제공 경위 등이 불분명해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금품의 공여자로 의심받았던 통일교 한학자 총재, 정 전 비서실장, 윤 전 본부장 등도 혐의를 벗게 됐다.
다만 합수본은 전 의원 보좌진 4명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부산 지역구 사무실 내 PC를 초기화하고, 하드디스크를 파손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증거인멸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보좌진들이 전 의원의 지시를 받고 증거를 인멸했는지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한편 민 특검은 편파 수사 및 수사 무마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