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5년 폐위된 단종이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후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1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검찰 안팎에선 2006년 춘천지검 영월지청장 인사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명회·성삼문·엄흥도 등 단종의 죽음과 관련해 정치적 노선이 달랐던 역사적 인물들의 문중 후손들이 영월지청에서 검사로 함께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2006년 2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은 춘천지검 영월지청장으로 한찬식(사법연수원 21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을 보임했다. 한 전 지검장은 청주 한씨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주도해 단종을 폐위시킨 한명회와 본관이 같다.
그런데 당시 영월지청에는 성상헌(30기) 서울남부지검장과 엄희준(32기) 광주고검 검사도 평검사로 근무했다. 성 지검장은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처형된 사육신 중 성삼문의 문중 후손이고, 엄 검사는 영화 왕사남의 주인공 엄흥도의 직계 후손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엄흥도는 유배된 단종을 보살피고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른 영월의 호장 (戶長)으로 소개됐다.
한 전 지검장과 성 지검장, 엄 검사는 2006년 2월부터 그해 8월까지 6개월간 영월지청에서 함께 근무했다. 한명회의 후손을 단종을 지키려 한 쪽의 후손들이 지청장으로 모신 셈이다. 특히 영월지청에는 지청장이 부임하는 날 단종릉을 참배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한 전 지검장 역시 영월지청장으로 부임하면서 성 지검장, 엄 검사 등을 대동하고 단종릉을 참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고위간부는 “단종을 몰아낸 쪽과 단종을 지키려 한 쪽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 한 지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셈”이라며 “영화 ‘왕사남’ 흥행과 맞물려 검찰 내부에서는 2006년 영월지청장 인사가 검찰 역대 최악의 인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