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제도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정당했는지 법원이 다시 따져보는 ‘재정신청’ 결과에 불복한 재판소원이 접수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대법원의 재정신청 재항고 기각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법원이 소송의 핵심 내용(본안)에 대해 유무죄나 승패를 가리는 ‘판결’뿐 아니라, 소송 절차나 부수적 사항에 대해 내리는 ‘결정’도 헌재 심사를 받게 된 것이다.
A씨는 2022년 서울 구로구의 한 주택을 샀다. 그런데 매수 당시 고지받지 못한 누수와 소음 등 하자가 발견됐고, 법적 대응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A씨는 변호사에게 민사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 고소 등 3건을 위임하며 착수금으로 1870만원을 지급했다. A씨에 따르면 변호사는 “최소 7000만원에서 1억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해주겠다”고 장담했다고 한다.
그러나 손해배상 소송은 3000만원을 나눠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으로 마무리됐다. A씨는 이마저도 받지 못했고, 형사 사건에서는 주택 매도인과 중개인 모두 ‘혐의 없음’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A씨는 “변호사가 소액 합의를 종용하고 화해권고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 등 핵심 절차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또 “한 장의 고소장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을 여러 건으로 쪼개 수임료를 중복으로 받아냈다”며 변호사를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기와 배임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송치하지 않았고, 검찰도 같은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불기소 처분이 타당한지 판단해달라며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하지만 고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에 재항고까지 했으나 이 역시 지난달 10일 기각됐다.
그러자 A씨가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정당해 보인다’는 짧은 문구만 반복했을 뿐 증거가 왜 부족한지, 왜 추가 수사가 필요 없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재판소원을 낸 것이다. A씨 측은 “법원이 ‘복사해서 붙여넣은 듯한 형식적 재판’만 했다”며 “재판을 받을 권리와 피해자로서 진술할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형사 절차와 달리 A씨는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는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법무법인이 A씨에게 수임료 1870만원 중 적정 보수액 880만원을 초과하는 99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관련 인물들을 각각 별도의 사건으로 나눠 수임하고, 실질적으로 중복되는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하면서 고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A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변호사의 불성실한 사건 처리와 과도한 수임료 책정이 민사 재판에서는 인정된 셈”이라며 “그럼에도 형사 절차에서는 제대로 된 판단 없이 불기소 처분이 유지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정신청 제도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통제하기 위한 핵심 장치인데, 법원이 구체적인 판단 없이 기각 결정을 반복하면서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가 돼버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