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인천공항세관에서 공개한 신종 마약인 LSD가 흡착된 우표 형태 종이. /인천공항세관

필리핀에서 강제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48)이 충격을 준 것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면서 각국의 마약을 한국에 유통시켰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 교도소에서도 박왕열처럼 마약 ‘옥중 거래’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2024년 발생한 이른바 ‘명문대 마약 동아리’ 사건 주범인 염모(33)씨도 구치소에 몰래 마약을 들여오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교도소로 밀반입되는 마약을 제때 차단하지 못하면, 한국에서도 제2, 제3의 박왕열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염씨는 2024년 7월 마약 투약 및 유통 혐의로 구속 기소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염씨는 작년 7월 면회 온 지인에게 “교도소에도 마약이 들어갈 수 있다. 교도소 내 유통망이 있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편지에 붙이는 우표 뒷면에 종이처럼 얇은 모양의 LSD(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신종 마약)를 숨겨 들여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염씨는 경기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마약 유통책 A씨를 찾아내 “LSD 30장을 1000만원에 사겠다. 우선 LSD 2장을 샘플로 보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A씨는 교도소 밖에 있는 B씨를 통해 LSD 2장을 우표에 붙여 등기우편으로 염씨에게 보냈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는 가짜로 적어 보냈다.

A씨는 교도소 내에서 이뤄진 우표 마약 거래의 총책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인천구치소에 수감 중일 때 같은 방을 쓴 B씨에게 “교도소 안에서 마약을 하면 더 재밌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네가 먼저 출소할 것 같으니, 나가면 LSD를 우표 밑에 붙여 편지를 보내라”고 제안했다. B씨는 마약 밀수 혐의로 수감됐다. B씨는 2024년 11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출소한 뒤 LSD를 구해 5차례에 걸쳐 총 10장을 A씨에게 보냈다.

그래픽=김현국

이들의 범행은 작년 말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봉현)에 적발됐다. 합수본은 A씨를 총책, B씨를 공급책으로 보고 명문대 마약왕 염씨와 또 다른 구치소에 복역 중인 C씨 등에게 우표 마약이 흘러들어간 사실을 파악했다. 합수본은 이들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겼다. 합수본 조사 결과, 교정 시설 3곳으로 밀반입된 마약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합수본 관계자는 “얇은 종이 모양인 LSD는 혀로 녹여 흡수하기 때문에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A씨와 염씨 등이 마약을 직접 복용했는지 다른 수감자에게 팔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 ‘명문대 마약 동아리’ 사건을 수사했던 이영훈(당시 서울남부지검 검사) 변호사는 “염씨가 한 번에 30장, 1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구매하려고 했던 점 등으로 미뤄 교도소 내에서 마약을 유통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염씨는 2022년 말부터 약 1년 동안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 학생 수백명을 모아 마약을 유통했다. 그는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호텔·클럽·놀이공원 등을 다니며 10여 차례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했다. 그는 또 마약 유통업자들에게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LSD 등을 1개당 10만원 안팎에 사들여 회원들에게 15만~20만원에 되팔아 웃돈을 챙겼다.

교도소에는 ‘우표 마약’처럼 주로 편지를 통해 마약이 반입된다. 2023년 10월 광주교도소에서는 등기 우편 안에 펜타닐 약 3g을 숨겨 교도소로 들여오려 한 일당 11명이 적발됐다. 경북 김천소년교도소에서는 2024년 3월 한 수용자가 우편으로 마약성 의약품을 전달받으려다가 적발된 일도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교정 시설에서 금지 물품은 총 108건 적발됐다. 이 가운데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가 29건으로 26.8%였다. 담배(39건) 다음으로 많은 수치였다.

그러나 마약 등을 탐지할 수 있는 장비 ‘이온스캐너’ 등을 보유한 교정 시설은 전국 55곳 중 14곳(보급률 25.5%)에 불과하다. 한 교정 관계자는 “교정 공무원 수가 부족해 모든 우편물을 하나하나 정밀하게 검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마약 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장비 확충과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