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매관매직’ 의혹 재판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경호처가 추진한 ‘로봇개’ 도입 사업이 정상적인 성능 검토를 거치기도 전에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의 지시에 따라 이례적으로 빠르게 추진됐다는 실무자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순표)는 27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성빈 드롬돈 대표의 재판을 열고 2022년 초 경호처에서 로봇개 도입 실무를 총괄했던 장모씨를 증인신문했다.
서 대표는 2022년 정부 기관에 4족 보행 로봇개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김건희 여사에게 3990만원짜리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건넨 혐의를 받는다. 민중기 특검은 서 회장이 드론돔의 로봇개 홍보·판매·예산 지원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 목적으로 김 여사에게 고가의 시계를 건넸다고 보고 김 여사와 함께 기소했다.
이날 장씨에 따르면 로봇개 도입 논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 속도를 냈다. 당시 사업 추진 팀장이었던 장씨는 “김용현 경호처장이 취임 직후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경호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며 로봇개 도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2022년 4월 고스트로보틱스 로봇개 시연에 김용현 당시 처장 내정자가 직접 참석한 것을 두고 “보통 기관장이 특정 업체를 데리고 온다는 건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시연 현장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수위에서 데려온 로봇이다’란 얘기가 들렸다”고 했다.
장씨는 당시 시험 결과로 보면 로봇개는 실전에 활용할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같은 해 6월 기획예산과에 12억원의 예산을 요구해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로봇개 도입을) 기관장의 명시적 지시로 이해했다”면서 “경호처장이 핵심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면 저희가 혼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9월 계약 직전 서성빈 대표의 드론돔이 갑작스럽게 총판으로 등장한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고 장씨는 증언했다. 장씨는 “총판을 들이밀 거면 그 전부터 얘기해야지 임차 직전이어서 저희도 ‘이게 뭐지’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장씨는 이 과정에서 김 여사에 관해서는 들은 적 없다고 증언했다. 서 대표 측 변호인이 “김건희 등 영부인 라인이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느냐”고 묻자 장씨는 “전혀 (없다)”며 “저는 그럴 정도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서 대표 측은 “로봇개 경비 활용은 김용현 처장이 과학 경비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것”이라며 “계약에 내용적·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맞섰다. 장씨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가는 방향은 맞는다”며 “(계약도) 절차에 맞게 진행했다”고 했다. 서 대표 측은 청탁 혐의에 대해 “뇌물이 아니라 구매 대행이었고 시계 대금 중 50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기도 했다”며 부인하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4월 24일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