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결 투표가 진행됐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사법 3법’과 관련해 전직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과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회장 등 법조계 원로 14명이 4일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권력 구조 변경 시도”라며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촉구했다.

전직 변협회장 8명과 박보영(전 대법관) 등 전직 여변 회장 6명은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사법 파괴 3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사법 3법(재판소원 도입·법 왜곡죄 신설·대법관 증원법)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최종 공포만 남겨두고 있다.

이들은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는 재판소원(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권력자에게 대법원 확정 판결을 마음대로 뒤집을 절호의 기회이나, 일반 대다수 국민은 강자의 시간 끌기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헌재 재판관도 임명할 수 있는 권력자에게 사실상의 ‘4심제’는 입맛대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일반 대다수 국민에게 재판소원 제도는 실질적 권리 구제를 제공하는 제도가 아니라, 기대만 부풀리는 고비용 저효율 제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 등에 처하는 내용의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를 두고는 “무엇이 ‘왜곡’인지 기준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형사처벌을 가하겠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위험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정치적 기소와 보복성 고발의 빌미가 돼 판사와 검사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는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수사와 재판 기능이 위축되면 결국 피해는 힘없는 일반 국민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고 했다.

기존 대법관 14명을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사법부 장악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과 2030년 3월까지 임기가 종료되는 9명의 대법관 후임까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점을 고려하면, 모두 22명의 대법관을 이재명 대통령이 뽑는 셈”이라며 “이해 당사자인 대통령이 대법원 구성에 광범위한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사법부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러한 입법은 결코 개혁이 아닌 대한민국의 사법 구조와 삼권분립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개악”이라며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 헌정 질서와 사법 독립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