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등 해외 우수인재의 국내 정착을 목표로 하는 ‘톱티어 비자’ 발급 대상이 8개 첨단산업의 ‘기업체 인력’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교수·연구원’까지 확대된다. 인구감소지역에 외국인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지역이민 패키지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을 3일 발표했다.
우선 법무부는 해외 우수인재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톱티어 비자 발급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반도체·인공지능(AI)·2차전지·미래차·바이오·로봇·디스플레이·방산 등 8개 첨단산업 분야의 기업체 인력에서 과학기술 연구 분야로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20명 발급에 그쳤던 톱티어 비자 취득 인원을 2030년까지 350명(첨단산업 250명·과학기술 100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전문대에서 제조업 관련 학과를 졸업한 외국인을 위한 ‘육성형 전문기술인력 비자(E-7-M)’도 신설한다. 이른바 ‘K-코어 비자’로서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기술·기능직 인력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요구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기존의 고용허가제(E-9) 비자는 저학력·저숙련 인력 중심으로 설계돼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사회 통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국내에 인력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도를 갖춘 우수한 외국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우수한 외국인 인재가 국내에 장기 정착할 수 있도록 특별 귀화 절차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법무부는 외국인이 인구감소지역에서 학업·취업·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이민 패키지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기존의 지역특화형 비자 쿼터를 확대하고, 해당 지역 외국인들에게 취업·생활 정보, 사회통합 교육, 보육, 자녀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구감소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역 특화형 비자 제도도 만들어진다. 현재 지역특화형(F-2-R) 외국인 고용 기업은 3개월 이상 고용된 내국인이 최소 1명 이상이어야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인구감소지역 특성상 내국인 고용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사업 지속 기간, 근로여건 등을 고려해 설정한 특례 허용 기준을 적용해 2년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소상공인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활력 소상공인 특례제’도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복잡한 비자 체계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인과 고용주, 외국인이 비자 체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취업 비자(E계열 10종·39개)를 산업 유형과 기술 수준별로 고·중·저 숙련의 3개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한편으로 법무부는 외국인 인력 도입으로 내국인 임금 하락 등 예상되는 부정적 요인과 관련해서는 ‘외국인 임금 자문위원회’(가칭)를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노사정 각 기관에서 다음 연도 적정 임금 수준에 대한 의견을 받고, 이민·노동경제학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연구·조사 결과를 종합해 매년 임금 요건을 설정·고시하기로 했다.
또한 법무부는 AI와 생체 정보를 활용해 고위험 외국인을 신속·정확히 분류해 입국을 차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면 저위험 외국인은 여권 제시 없이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차별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 장기 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한국어 교육 등 사회 통합 프로그램 이수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일정 단계 이상을 수료해야만 체류를 허가하고 영주 자격을 부여하도록 해 내국인과의 갈등을 줄이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법무부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외청으로 분리하는 대신, 현 조직을 확대·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고위공무원 가급(1급)에 해당하는 출입국·외국인본부장도 차관급으로 지위를 격상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이민청’으로 분리해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이날 법무부는 “외청으로 분리할 경우 인사 관리나 예산 배정 등에서 현실적인 부담이 있다”면서 “별도로 독립시키기보다는 내부에서 조직의 위상을 높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장관의 정책 집행 기능을 더욱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저출생·고령화의 구조적 심화와 산업·기술 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기존에 저숙련·저임금 외국인근로자 유치 활용 방식 위주였던 이민정책을 중장기 국가전략 차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이민정책이 국가 경제와 민생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각각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