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됐던 “국회의원들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 등 윤 전 대통령의 불법적 지시를 사실로 인정했다.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했던 윤 전 대통령 측 입장에선 이 같은 지시가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국헌 문란 목적’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어서 줄곧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일 본지가 입수한 1251쪽 분량의 윤 전 대통령 판결문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이 기각되는 데에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오후 대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순간이다. /뉴스1

◇“싹 다 잡아들여” “끌어내라” 인정

재판부는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인 14명을 겨냥한 ‘체포조 운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일 밤 10시 53분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로 ‘싹 다 잡아들여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홍 전 차장 진술 등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검거를 지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진위 논란이 불거졌던 이른바 ‘홍장원 메모’에 대해 “작성 경위 등에 관한 진술이 계속 바뀌어 믿기 어렵다”면서도 “홍 전 차장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점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여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 14명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고, 체포조 단체 대화방에 ‘모든 팀은 이재명·우원식·한동훈을 체포해 구금 시설로 이동한다’는 메시지도 올라왔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곽 전 사령관이 “4일 오전 0시 31분 윤 전 대통령이 전화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한 법정 증언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곽 전 사령관 진술은 헌법재판소 등에서 한 진술과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진술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라며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비슷한 시각 윤 전 대통령에게 유사한 지시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계엄 모의 6차례 회합”은 기각

다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계엄 선포를 결심하고 총 6차례 모임을 열어 김 전 장관 등과 계엄을 모의했다는 특검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섯 번은 계엄과 상관이 없는 모임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2023년 12월 대통령 관저 만찬, 2024년 3~6월 두 차례 있은 삼청동 안가 모임에선 “비상계엄이 필요하다”는 윤 전 대통령 발언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같은 해 4~5월 경호처장 공관과 강남 식당에서 열린 모임엔 윤 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고, 8월 관저 모임에선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관련 발언을 못 들었다고 증언해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2024년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 후 관저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대표를 가리키며 ‘잡아와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는 곽 전 사령관 증언에 대해 재판부는 “곽 전 사령관은 당시 술을 상당히 많이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회 야근자 많아... 尹 중대 착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평일 밤 계엄을 선포한 것은 “중대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주말 토요일, 일요일 새벽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대통령께서 ‘감사원장 탄핵하면 그냥 하는 걸로 하자’고 거절했다”고 한 진술을 인용하며 “(윤 전 대통령 등이) 화요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국회의사당 본관 안에 상당히 많은 국회 관계자들이 남아 야근 등으로 업무를 하고 있었던 상황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최재해 전 감사원장 탄핵안은 2024년 12월 2일 발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