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두 수사기관은 현행법상 내란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은 없지만,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범죄를 수사하며 관련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어 적법하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직후, 검찰과 공수처, 경찰은 서로 경쟁하듯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했다. 이후 공수처가 검찰과 경찰에 이첩을 요구해 사건을 넘겨받았고, 작년 1월 윤 전 대통령을 체포, 구속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기소 권한이 없어 이 사건을 다시 검찰에 넘겼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같은 달 26일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기소 당시 검찰은 내란 혐의만 적용한 채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외에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84조의 불소추 특권 때문이었다. 이를 근거로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에서 “검찰과 공수처에는 수사권이 없어 구속과 기소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해 중앙지법 형사25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약 2개월 만인 작년 3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례도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해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이 고발된 직권남용죄와 내란죄의 직접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검찰과 공수처가 범죄 수사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9개월 전 논란을 재판부가 직접 재정리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작년 9월 검찰청법상 수사 대상 범죄의 관련성을 판단할 때 “수사의 대상·과정·경위를 종합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연관 관계가 있는 경우”로 넓게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죄와 내란죄가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더라도 검찰의 윤 전 대통령 기소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검찰이 공수처 수사 기록 외에도 자체 수집한 증거와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고려해 기소했고, 재판부가 채택해 조사한 증거로도 윤 전 대통령 등의 유죄를 판단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이어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수사’까지 포함되진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불소추 특권은 대통령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지, 이와 관련없는 수사까지 모두 제한하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 방해 사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며 “검찰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는 적법했다”고 했다. 이 재판부는 당시 공수처가 관할 법원(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구속 영장을 발부받은 데 대해서도 “공수처법상 중앙지법이 유일한 관할 법원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공수처가 영장 발부가 쉬운 판사와 법원을 골라 이른바 ‘영장 쇼핑’을 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