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일 “(비상계엄 선포는) 구국의 결단이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해 드린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단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국가를 위한 구국의 결단을 내란 몰이로 음해하고 정치적 공세를 넘어 반대파의 숙청과 제거의 계기로 삼으려는 세력들은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접견한 뒤 A4 용지 1쪽 반 분량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저의 판단과 결정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 그 진정성과 목적에 대해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사법부는 거짓과 선동의 정치권력을 완벽하게 배척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어 “(1심 재판부가) 제가 장기 집권을 위해 여건을 조성하려다 의도대로 되지 않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특검의 소설과 망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제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사법부의 독립을 담보할 수 없고,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항소를 통한 법적 다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든다”며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가 굳건히 서고 법치주의가 바로 서는 날 제 판단과 결단에 대한 재평가를 다시 기대하겠다”고 했다. 다만 변호인단 관계자는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많은 군인과 경찰들, 공직자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가족들까지 그 고통에 좌절하는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며 “결단의 과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제게 있다. 부디 그들에게 더 이상의 가혹한 시련과 핍박은 멈춰주길 바란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저 윤석열은 광장의 재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며 “우리 위대한 국민 여러분은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다시금 정의를 세워 주실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닙니다. 뭉치고 일어서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두고 정치권에선 그가 옥중에서 이른바 ‘윤어게인’ 등 강성 지지자들을 규합해 장외 정치 투쟁을 도모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