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두고 관내 업체들로부터 고문료 명목의 금품을 약속받고 퇴임 후 이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세무서장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김지선)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종로세무서장 A씨와 B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의 모습. /뉴스1

A·B씨는 2019~2020년 세무서장 퇴직을 앞두고 관내 업체 10여 곳에 고문 계약을 요청하며 총 1억5000만원 이상의 고문료를 지급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이 실제로 고문 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각각 57곳과 47곳으로, 이를 통해 받은 금액은 A씨 6억930만원, B씨 4억6216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업체 관계자들에게 “퇴직하는데 도와달라”, “고문 계약을 해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계약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계약은 전직 세무서장들 사이에 이어져 온 관행으로, A씨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후임이었던 B씨가 상당수를 이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여부나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회계연도 기준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B씨는 퇴임 전 고문 계약 논의가 있었더라도 확정적 합의는 아니었고, 계약은 퇴임 후 체결된 만큼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실제 세무 자문을 제공한 대가이므로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도 펼쳤다.

그러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업체 대표자들과 적어도 1년간 매월 55만원 이상 금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확정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고문 계약을 체결한 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아 정상적으로 자문을 해주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30년 이상 공직 근무 경력과 종전 관행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A·B씨는 항소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실상 후원 성격의 금전을 고문료 형식으로 지급받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체들이 피고인들의 세무 업무에 관한 지식이나 능력을 검증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고인들도 업체별로 고문의 필요성이나 적정 보수에 대한 고민 없이 종전 관행에 따라 고문 보수를 요구·약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