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국토교통부와 도로공사 관계자들이 10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박준석)는 이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국토부 서기관 김모씨 등 7명의 첫 재판을 열었다. 특검은 해당 의혹을 기소하면서 크게 세 갈래의 혐의를 적용했다. 우선 김씨와 도로공사 관계자 최모씨, 도로공사 파견 공무원 유모씨 등 3명이 고속도로 종점을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김씨는 2022년 3월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종점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연락을 받고, 용역업체 두 곳에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와 유씨도 이에 가담해 종점 변경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용역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는데도, 용역이 완료된 것처럼 허위 보고서를 꾸민 뒤 용역 업체가 3억3000만원 상당의 잔금을 지급받도록 했다는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업무상 배임과 사기 혐의도 받는다.

세 사람은 이날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 측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증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 측은 “공소사실과 특검 측 법리 주장을 모두 부인한다”며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바가 없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씨 측도 “공소사실을 다 부인하는 입장이지만, 자세한 사실관계는 기록 열람과 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추후에 밝히겠다”고 했다.

특검은 유씨와 국토부 공무원 이모·장모씨 등 3명이 2023년 5~6월 국회에 이 의혹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용역 업체 측이 작성한 과업 수행 계획서 내용을 일부 삭제하고 제출했다고 보고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를 적용해 함께 재판에 넘겼다. 유씨를 제외한 이씨와 장씨 측은 “객관적 사실 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핵심이 아닌 부분을 삭제한 것에 불과해 해당 기록의 효용을 해했다고 볼 수 없고, 삭제 행위 자체는 수정이나 정정처럼 담당 공무원들이 정당하게 할 수 있는 업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장씨 측은 이어 “범행을 저지를 의도가 없었다”고도 했다.

한편 민중기 특검팀이 지난해 7월 압수 수색을 집행할 당시 의혹 관련 자료가 담긴 외장하드를 은닉했다는 혐의를 받는 용역업체 관계자 문모씨와 황모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문씨가 자신 소유의 외장하드를 숨기는 것을 황씨가 도운 것에 불과하다며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황씨에게 증거은닉 혐의를, 문씨에게는 이를 교사한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재판부는 내달 11일 재판을 열어 각 피고인들의 세부적인 주장을 듣고, 향후 심리 계획을 정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