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측근 김예성씨의 47억원대 횡령 혐의에 대해 법원이 9일 무죄와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민중기 특검은 김씨가 김 여사 일가의 ‘집사’ 역할을 했고 기업들이 김 여사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김씨 회사에 특혜성 투자를 했다며 ‘집사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특검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거나 권한 없는 수사를 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이현경)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 무죄와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은 소송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법원이 심리 없이 소송을 종결하는 절차다. 특검팀은 앞서 김씨에게 징역 8년과 추징금 약 4억원을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우선 김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이노베스트코리아 자금 24억3000만원을 횡령했다는 핵심 혐의에 대해 “회사 투자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한 일련의 경제적 이익 실현 과정의 일부였고, 김씨가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취득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회삿돈 약 24억원을 가족에게 허위 급여로 지급하거나 생활비로 유용했다는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여야 한다”며 “이 혐의들은 김 여사와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피고인 개인의 비리에 불과해 특검의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검이 권한 없는 수사를 통해 공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기소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법원이 특검의 수사권을 문제 삼아 공소를 기각하거나 특검이 혐의 입증을 하지 못했다며 무죄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수사 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부실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지난달 이른바 ‘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자인 김모 국토교통부 서기관의 뇌물 사건에서도 특검의 수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김 서기관은 김 여사 사건과는 무관하게 한 용역업체에서 3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 사건이 김 여사가 연루된 양평고속도로 종점 노선 변경 의혹과는 관련이 없어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도 일부 혐의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김 여사에게 청탁 목적으로 샤넬백 등 금품을 건넨 혐의를 수사하면서,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불법 원정 도박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잡아 수사한 뒤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특검법상 수사 대상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며 “국민적 관심을 이유로 수사 범위를 느슨하게 확대하는 것은 헌법 원리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날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이우환 화백의 고가 그림을 건네며 총선 공천을 청탁했다는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검사가 그림을 자비로 구매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중기 특검의 가장 핵심 피고인인 김 여사 역시 1심에서 세 가지 주요 혐의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샤넬백과 목걸이 등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8개월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