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을 조작해 정부 허가를 받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에게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2020년 7월 이 회장에게 7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지 5년 7개월여 만이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코오롱 임원들도 인보사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뉴스1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이날 약사법·자본시장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았던 임원들에 대한 항소도 기각했다.

이 회장과 임원들의 혐의 핵심은 이들이 2017년 10월쯤 인보사의 주성분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연골 유래 세포’가 아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 유래 세포’라는 점을 알고도 이를 속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2017년 9월쯤 미국에 있는 코오롱티슈진 본사 소속 외국인 직원들로부터 세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우석 당시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이 같은 문제를 명백하게 보고받았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이를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인보사 2액 세포의 기원 착오를 인식하고도 그 기재를 누락했다는 부분에 관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인식 시점을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경 이후로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오롱티슈진 측에 내린 명령은 ‘임상 중단’이 아닌 보류의 성격이라고 판단했다. 코오롱 측은 인보사의 미국 3상 임상 시험 진입을 앞두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품질 관리 차원의 FDA 명령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FDA의 임상 중단 명령 사실을 숨기고 수출입은행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코스닥 시장에 티슈진을 상장했다는 혐의 역시 무죄로 봤다.

이어 재판부는 “임상 중단 명령이라는 단어에 부정적 뉘앙스가 포함돼 있고, 검사는 이 점에 착안해 다수 참고인들을 조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FDA의 명령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보완명령이었다”며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경영진들이 이러한 사정을 좀 더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외부 관계자들의 의사결정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부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형사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의가 아닌 과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다.

이 밖에 이 회장이 인보사의 임상 절차를 담당한 의사 2명에게 코오롱티슈진 스톡옵션 1만주를 무상으로 부여한 혐의, 코오롱티슈진 주식을 차명 보유·은닉했다는 혐의 등도 1심의 무죄 및 면소 판결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다만 이 회장의 코오롱티슈진, 코오롱생명과학 차명주식을 관리한 혐의를 받는 전직 임원 송모씨에 대해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형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