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작년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짧은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 선포를 미리 알고도 이를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첫 정식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는 4일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조 전 원장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조 전 원장이 비상계엄 당시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작년 11월 구속상태로 조 전 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조 전 원장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내란 행위에 가담하거나 실행 행위를 분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를 안 한 걸 보면 실행에 관여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게 명백하다”고 했다. 조 전 원장 측은 “특검이 마치 피고인이 계엄 자체가 내란이란 것까지 인식했고, 실행계획까지 상세히 모의했다고 하는 것 같다”며 “상상을 기반으로 피고인을 기소해야 하면 직무유기로 기소할 게 아니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어야 했다”고 했다.

특검 측이 기소한 구체적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 전 원장 측은 “(계엄 선포가) 국회 및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전파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보고 의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국회 보고 의무 자체가 성립하는지 의문이다.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거나 방임한 것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정치인 체포를 도우라’는 대통령 지시를 보고받고도 이를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홍 전 차장에게 대통령 지시를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비화폰 로그아웃 등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선 통상적인 보안 조치로 이해했을 뿐, 증거를 없애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정치인 체포 계획을 보고받지 못했다” 등 위증한 혐의에 대해선 당시 상황이 매우 급박하고 혼란스러워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했을 뿐,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한 게 아니라고 했다.

조 전 원장 측은 앞서 두 차례 진행된 준비기일에서도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특검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직무유기가 구체적으로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열리는 재판에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을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다음 달 9일에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정인규 전 국정원장 보좌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재판부는 재판마다 증인 2~3명에 대한 신문을 하고, 3월 말이나 4월 초에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