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9일 채용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던 2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함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함 회장에 대해 업무방해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한 상고는 기각해 유죄가 확정됐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이던 2015년 공개채용 선발 절차에 개입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당시 함 회장은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했고, 인사부에 합숙 면접에서 자신이 잘 봐주라고 했던 지원자들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이들을 합격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남녀 비율을 4대1로 해 남자를 더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도 포함됐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5년 채용 과정에서 함 회장이 일부 지원자들에 대한 추천 의사를 인사부에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합격권이 아니었던 지원자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남자 직원을 더 많이 뽑으라고 지시한 것 역시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 채용 방식이 적어도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지속됐다고 보이고,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 무관하게 시행돼 피고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은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 회장이 합숙 면접 합격자 선정과 지원자의 부정 합격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격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라도 추천 내지 청탁을 이유로 다음 전형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지원자들의 성별을 근거로 합격 기준을 달리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나온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의 증언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에서 2016년 합숙면접 당시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은 일관되게 함 회장으로부터 합격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받은 사실이 없고, 인사부장이 함 회장에게 보고하기 전후로 합격자 변동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1심은 이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심에서도 이와 다른 취지의 증언이 없었고, 여러 간접 사실들은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보기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