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날 선고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모두 실형이 선고됐다.

2025년 9월 24일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AP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이날 오후 2시 10분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선고 공판을 열고,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과 1281만5000원 추징을 선고했다. 특검이 압수한 그라프 목걸이도 몰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 수단으로 오용했다”며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수한 다음, 자신을 치장하는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금품 수수에 관여한 주변인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면서도 “금품을 피고인이 먼저 요구한 적은 없고, 통일교 측의 청탁이 실행되도록 하려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샤넬백 1개·그라프 목걸이 수수만 유죄 인정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여론조사(정치자금법 위반), 통일교 금품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3개 혐의 중 알선수재 혐의 일부만 인정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건진 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2022년 4월 802만원짜리 샤넬백을 받고, 세 달 뒤엔 1271만원짜리 샤넬백과 6220만원짜리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중 2022년 7월에 수수한 목걸이와 샤넬백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김 여사는 2022년 7월 15일 윤 전 본부장과의 통화에서 “아주 늘 그렇게 해주셨던 것처럼 힘이 돼주시면” “경제적으로나 문화, 이런 많은 업적들이 이렇게 훼손되지 말아야 하잖아요”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일교가 추진하던 각종 사업에 대해 정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김 여사가 인식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김 여사가 2022년 4월에 받은 샤넬백에 대해선 “윤 전 본부장과 김 여사가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로 전화 통화를 하긴 했으나, 의례적 표현일 뿐 청탁을 주고받았다고 볼 만한 내용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 “주가조작 공모했다 볼 증거 없어”

특검과 김 여사 측이 재판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퉜던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월 사이 시세조종 세력에서 어떤 역할을 실행했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며 “시세조종에 가담한 블랙펄인베스트에서 블록딜 수수료 4200만원을 김 여사에게 받은 점을 보면, 피고인은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 사이에 이뤄진 주식 매매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2011년 1월 13일 블랙펄과 거래를 종료했다”며 “이후 이뤄진 거래는 독자적 판단 하에 매수한 것으로 보일 뿐, 시세조종 세력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주식 거래를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명태균 여론조사도 무죄... “明 영업활동일 뿐”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 사이 명태균씨에게 대선 여론조사 결과 58건을 무상으로 받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2022년 보궐선거 공천을 도왔다는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가 피고인 부부에게 전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한 게 아니라,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을 위해 정기적으로 실시해 온 여론조사 결과를 부부와 여러 정계 인사에게 제공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했다. 특검은 여론조사 결과가 2억7440만원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여론조사 결과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명씨가 피고인 부부에게 대선 관련 상담 및 조언을 했다고 해서 피고인 부부가 여론조사 결과 상당액의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했다.

당초 특검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 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부분 혐의를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하면서 실제 선고 형량은 대폭 줄었다. 법조계에선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였던 특검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반응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