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9일 마감된 올해 법관 명예퇴직 신청 결과 서울고등법원에서 사직 의사를 밝힌 판사는 4명이었다. 김종호(사법연수원 21기) 고법 부장판사와 황의동(28기)·장정환(35기)·권혁준(36기) 고법 판사다.

서울고법에선 매년 2월 기준으로 2021년 14명, 2022년 13명, 2023년 13명, 2024년 14명, 2025년 12명 등 해마다 두 자릿수 판사가 퇴직했다. 항소심을 담당하는 고법 부장판사와 고법 판사가 대거 법원을 떠나면서 재판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런데 올해는 퇴직자가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추진된 ‘중견 법관 이탈 방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서울고법 근무 후엔 의무적으로 지방으로 전근하는 순환 근무 원칙을 완화해 작년부터는 지방법원 재판장이 공석일 때만 발령을 내기로 했다. 대법원은 4월부터는 법조 경력 15년 이상 법관에게 매달 50만원의 장기 재직 장려 수당도 지급한다.

고등법원에는 경력 15년 이상 법관 중 선발하는 ‘고법 판사’와 차관급 예우를 받는 ‘고법 부장판사’가 항소심 재판을 맡는다. 고법 부장판사는 법관 세계에선 거의 유일한 승진 제도로 꼽혔다. 그러나 2018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폐지됐다. 지금은 제도 폐지 전에 이미 승진한 소수의 고법 부장판사만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고법의 부장판사 퇴직자만 놓고 보면 2024년 3명, 지난해는 4명이었는데 올해는 1명만 퇴직을 신청했다. 한 현직 고법 부장판사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고법 부장판사는 지방법원장이 되지 못하게 했는데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다시 지방법원장으로 갈 수 있게 되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면서 고법 부장판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호사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판사들이 법원에 남는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