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의혹을 제기한 전직 비서관의 경력을 삭제하고 명예를 훼손한 은수미 전 경기 성남시장과 성남시 공무원들이 수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은 전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관 A씨가 성남시와 은 전 시장, 성남시 전 공보비서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유지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 사건이 상고심 심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별도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성남시와 은 전 시장은 공동으로 2500만원을, 성남시와 B씨는 공동으로 2500만원을 각각 배상하게 돼, 총 배상액은 5000만원이다.

은수미 전 경기 성남시장. /뉴시스

이 소송은 은 전 시장 선거 캠프에서 활동했던 A씨가 2020년 4월 성남시 채용 비리 의혹을 경찰에 신고하고, 같은 해 11월 이를 국민권익위원회에 다시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A씨는 2021년 1월 경찰이 은 전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수사 정보를 유출하는 대가로 사업상 이권 등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권익위원회에 추가로 신고했다.

전직 공보비서관이었던 B씨는 이후 성남시 출입 기자들에게 A씨에 대해 ‘재직 시절 공무원들에게 폭력과 갑질, 폭언, 욕설을 했다’ ‘업무는 민원 상담과 경호였는데 사찰과 녹취, 경찰 접선 등을 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고, 해당 내용은 실제 기사로 보도됐다.

성남시 인사행정과는 2021년 2월 A씨를 겨냥해 “최근 임기제 공무원 경력증명서에 담당 직위와 업무가 채용 당시 업무 분야와 다르게 기재돼 있는 등 경력증명서 발급 시스템상 일부 허점이 드러났다”며 경력증명서 발급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같은 달 A씨가 발급받은 경력증명서에는 그의 업무가 ‘현장 민원 상담과 경호’로만 기재됐다.

이에 대해 A씨는 “명예를 훼손하고 공익신고·제보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경력을 왜곡하고 삭제했다. 이는 직업인으로서의 인격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며 은 전 시장과 B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은 전 시장이 A씨의 주요 경력을 삭제하고 A씨의 주장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은수미)는 성남시 재직 당시 원고(A씨)의 경력에 관한 주장을 공격하고 신뢰도를 낮추기 위해 인사행정과 공무원들을 통해 경력증명서에서 원고가 실제로 담당했던 업무를 사실과 다르게 삭제했다”며 “이는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서도 공익 신고자인 A씨를 공격하고 흠집 내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도록 기자들에게 권유하거나 유도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원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해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은 전 시장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