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과 회합하고 수년간 연락을 주고받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대표가 작년 10월 1심 선고 후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수차례 만나고, 이메일을 통해 수년간 국내 정세를 알려준 혐의로 기소된 하연호(72) 전북민중행동 공동대표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4일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 등) 혐의를 받는 하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하씨의 통신·연락 행위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일부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하씨는 2013~2019년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A씨와 베트남 하노이, 중국 베이징 등에서 회합하고 43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13년 8월 베트남에서 A씨를 만난 데 이어 2016년 5월, 2017년 8월, 2019년 11월에도 중국에서 A씨를 만났다. 2016년 회합 후에는 “집에 잘 도착했다”며 귀국 보고 메일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하씨는 2013년 1월~2018년 6월 43차례 이메일로 A씨와 연락한 혐의도 받았다. 이메일로 만남 일정을 조율하고, 17차례에 걸쳐 국내 주요 정세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사회시민단체 동향과 국내 정치 및 정당 동향, 진보 진영에서 논의되는 투쟁 방식 등을 A씨에게 전달했고, 여기엔 한미 군사훈련 반대 기자회견과 사드 반대 투쟁 등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벤트로 열렸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를 앞둔 2017년 4월 4일에는 A씨에게 “평창 동계 올림픽 아이스하키 응원하러 가요, 남북 경기인데 북을 응원해야겠지요”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작년 10월 1심 재판부는 하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올 7월 2심 재판부는 1심이 일부 의례적·사교적 차원의 연락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일부 혐의에 대해 추가로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동반자이지만, 여전히 적화통일 노선을 고수하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반국가단체”라며 “상대가 대남 공작원임을 알면서도 오랜 기간 회합하고 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므로 그 내용과 기간, 횟수, 경위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