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를 살해한 뒤 3년 6개월간 시신을 숨긴 3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범행 현장인 원룸에 있는 사체를 숨기기 위해 락스 물을 뿌리거나 향을 피우고, 살충제를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부(재판장 손승범)는 최근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월 10일 인천 부평구의 한 원룸에서 동거녀인 30대 B씨를 살해하고 3년 6개월간 시신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5년 10월 일본의 한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며 남편과 이혼한 후 아들을 홀로 키우던 B씨를 처음 만나 이듬해 2월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2017년 5월 불법 체류자 신분이 적발되면서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는데, 이후에도 B씨가 다른 남성을 만나는지 의심하며 B씨는 물론 그의 지인에게까지 수차례 연락하며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의 연락을 피하던 B씨는 2018년 2월 한국으로 입국했다. 수술을 받은 어머니를 병문안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B씨를 만나 여권을 뺏어가며 동거할 것을 강요했고, B씨는 마지못해 인천에서 동거하기로 했다.
B씨는 1998년 처음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는데, 동거 이후에도 재등록을 하지 않아 계좌나 휴대전화를 만드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A씨는 현금으로 생활비를 주고, 자신을 통해서만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과 연락할 수 있게 하는 등 B씨의 생활을 통제했다. B씨가 다른 남성과 만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이유였다.
B씨 언니가 같은 해 5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해 통화를 하게 됐으나 A씨의 추가적인 통제로 연락이 다시 끊겼고 B씨는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다.
A씨는 3억원 사기 범행에 따른 법원의 선고를 하루 앞둔 날 범행했다. 일을 마치고 부평구 집으로 돌아와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자신이 구속될 경우 생길 수 있는 옥바라지 문제, 생계 유지 문제, 일본에 있는 아들 보호 문제 등으로 다퉜고, B씨가 일본으로 아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살해했다.
A씨는 범행 후에도 범행 장소를 드나들며 사체에 락스를 섞은 물을 뿌리고, 구더기 등을 죽이기 위해 살충제를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주기적으로 에어컨 등을 틀어 밖으로 사체 냄새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관리했다. 매월 월세와 공과금을 원룸 관리인에게 줘 계약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에선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법정 구속은 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다른 여성을 만나 딸을 출산하는 등 이중적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A씨의 범행은 지난해 5월 형이 확정되자 드러났다. A씨가 구속돼 사체를 관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A씨와 연락이 끊긴 건물 관리인은 방에서 악취가 나자 지난해 7월 경찰에 신고했고, B씨 시신이 발견됐다.
재판부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의 사체를 장기간 방치하고 은닉한 행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보일 만큼 참혹하고 악랄하다”며 “실질적으로 사체를 모욕하고 손괴한 것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생명이 꺼진 상태로 피고인의 통제 속에서 범행 장소를 벗어나지도, 가족들에게 소재를 알리지도 못한 채 홀로 남겨졌다”며 “그 죄에 걸맞은 엄중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인천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