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내년 1월 28일이다.
특검팀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에서 열린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권 의원은 중진 국회의원으로서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국민의 권익 보호에 힘써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는데도 특정 종교단체와 결탁해 1억원이라는 거액을 수수했다”며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 신뢰를 저버렸다”고 했다. 이어 “이는 국회의원 지위를 사적 이해관계에 종속시킨 것”이라며 “민주주의 근간이 무너졌다”고 했다. 특검팀은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추징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권 의원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5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지시를 받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만나 현금 1억원과 함께 청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국회의 체포 동의를 거쳐 지난 9월 16일 구속됐고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통일교 실세였던 윤씨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의 통일교 행사 참석과 국가적 차원의 통일교 정책 지원을 대가로 조직적 대선 지원을 권 의원에게 제안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권 의원은 종교 단체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조적 통로를 제공하고 이해관계가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며 “이후 통일교가 대선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개입하는 등 자유로운 정치 질서와 멀어졌다”고 했다.
반면 권 의원 측은 그날 윤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했지만 1억원을 받은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권 의원의 변호인은 “권 의원은 당시 고위 당직자로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행정부 고위직에 임명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두 번 만난 잘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받아 그런 지위를 스스로 포기할 절박한 사정이 없었다”고 했다. 또 “윤씨에게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는 여의도의 중식당은 자주 방문해 모든 종업원이 권 의원을 아는 곳이고, 수백 명이 오가는 곳이었다”며 “누구라도 알아보거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 수 있는 환경인데, 민정수석까지 거친 권 의원이 돈 욕심에 받아 들고 나왔을 거라는 건 상식을 무시한 주장”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법정에선 현금 1억원의 실제 부피 등에 대한 검증이 진행됐다. 권 의원 측 변호인과 특검 모두 현금과 쇼핑백을 준비해 법정에서 이를 꺼냈다. 재판부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A4 용지를 가져다 대며 부피를 가늠해보기도 했다. 이는 지난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국민의힘 당직자 A씨가 “권 의원이 쇼핑백을 받고 식당에서 나왔다면 제가 건네받아 대신 들었을 것”이라고 증언한 데 따른 것이다. A씨는 당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던 권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수행비서였다.
권 의원은 이날 직접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9분간의 최후 진술에서 “32년간 공직 생활에서 돈 문제와 관련해 한 번도 구설에 오른 적 없다”며 “정치인들이 손쉽게 정치 자금을 확보하는 출판기념회도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해 한 번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교 외에도 많은 종교 단체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했고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며 “선거 때 종교 단체에 가서 득표 활동을 하는 건 정상적인 선거 활동”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재차 “민주당도 우리 당과 똑같은 방식으로 했다”며 “법 위반이라는 특검 주장은 저와 우리 당을 일방 매도하는 것이고, 선거운동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고 오해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