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 상당의 마약이 든 여행용 캐리어를 정상적인 수하물인 것처럼 속여 밀수하려 한 중국인에게 법원이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작년 8월 여행용 캐리어에 담긴 필로폰 20㎏(19억8900만원 상당) 가량을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수취대에서 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시 홍콩에서 여객기를 타고 오후 3시 30분쯤 우리나라에 도착했다. 두 시간여 뒤 A씨는 8개의 투명 비닐봉지에 진공 포장된 필로폰이 든 캐리어를 수령했다. 이 캐리어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여객기에 실려 있던 것인데, 마약 밀수와 무관한 캐나다 국적 여행객의 수하물 태그 양면 중 한쪽 면을 자른 게 붙어 있었다고 한다. 정상적인 수하물처럼 위장해 국내로 들여온 것이다. 다만 검찰은 이 캐리어를 캐나다에서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A씨는 재판에서 여자 친구의 부탁을 받고 캐리어를 받았지만 마약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범행을 인정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가 홍콩에서 마약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두 번의 관련 범죄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우리나라에 입국하기 전 코카인을 투약하는 등 마약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유였다. 또 다른 사람의 수하물 태그를 잘라 붙인 데 대해 “전문적인 범행 수법을 사용한 조직적 범죄”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만 이렇게 밀수된 마약을 세관이 모두 압수해 국내에 유통되지 않은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봤다.
검찰과 A씨는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은 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필로폰이 모두 압수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점과 피고인이 반성하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수입한 필로폰이 약 20㎏으로 대량이고, 수하물 태그를 위조하는 등 전문적인 범행 수법을 사용했다”며 “홍콩에서 마약류 관련 범죄로 두 차례 징역형을 살고도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하면, 형량이 적다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