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가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지원했다는 의혹의 단초를 제공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최근 법정에서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꾸면서, 관련 수사와 재판에 파장이 예상된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뉴스1

윤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통일교는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측도 지원했고, 이 내용을 특검에도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윤씨가 국민의힘 인사들에게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통일교가 민주당 인사들과도 접촉했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씨를 국민의힘 시도당 및 당협위원장 20명에게 1억4400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로만 기소한 상태다.

윤씨는 당시 법정에서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더 가까웠다”며 “(통일교의 지원이) 한쪽(국민의힘)에 치우친 게 아니고, 문재인 정부 시절 인연이 많고 비서실장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윤씨가 지난 8월 민중기 특검팀과의 면담에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해 여야 유력 정치인 5명을 지원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특검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민주당 인사들은 수사하지 않았다는 ‘편파 수사’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왼쪽부터)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뉴시스·연합뉴스

윤씨는 당시 전 장관이 민주당 의원이던 시절, 통일교의 숙원 사업이던 ‘한·일 해저터널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카르티에·불가리 명품 시계 2점과 현금 4000만원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에게는 총선을 앞두고 현금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했다.

그러나 윤씨는 논란이 확산되자 태도를 바꾸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금품을 받은 민주당 정치인들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정작 법정에서는 민주당 관련 언급 없이 억울함만 호소했다.

심지어 윤씨는 “민주당 지원 의혹”과 관련해 특검에 진술한 적 없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윤씨는 지난 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증인으로 나와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은 제 의도와 전혀 (다르다)”며 “저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 측 변호인이 “특검팀 조사를 받을 당시 기억나지 않는 것도 기억하는 것처럼 진술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냐”고 묻자, 윤씨는 “그런 부분도 있었다. 제 기억이 왜곡됐을 수도 있고 충분히 복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는 다음 달 28일 선고를 앞둔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본인에게 책임이 돌아올 가능성을 의식한 점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원 의혹을 제기할 경우 결국 자신이 불법 금품 공여자로 특정돼 추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자각했다는 분석이다.

수사를 넘겨받은 경찰로서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10일 특검에서 사건 기록을 넘겨받은 뒤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전 전 장관과 임·김 전 의원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금지 조치했다. 전 전 장관에게는 뇌물수수 혐의, 임·김 전 의원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윤씨 역시 정치자금 또는 뇌물 불법 공여 혐의로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현재 윤씨의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윤씨가 말을 바꾸면서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릴 경우, 수사가 초기부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경찰에서 나온다. 윤씨가 입을 여는 대가로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선처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씨 배우자인 전 통일교 세계본부 재정국장 이모씨는 현재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