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검찰이 대장동 사건 1심 선고에 항소를 포기했을 때 항의성 입장문 발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검사장들이 11일 법무부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되자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했던 정유미(사법연수원 30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대전고검 평검사로 강등됐다.

법무부는 이날 발표한 15일자 인사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대검검사급 검사(검사장)를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로 발령한 것을 비롯해 검찰 조직의 기강 확립 및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현철(31기) 광주지검장과 김창진(31기) 부산지검장, 박혁수(32기) 대구지검장이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났다. 이들은 지난달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 때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의 성명 발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철·김창진 지검장은 인사 직후 사의를 밝혔다.

◇광주·부산지검장 곧바로 사의 “권력자, 檢을 손아귀 넣으려 해”

김창진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사직 인사 글에서 “권력자는 한결같이 검찰을 본인들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늘 자신과 측근을 지키는데 권력을 남용한다”며 “검사는 절대로 외압에 굴복하고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현철 지검장은 사직 글에서 “형사 사법 체계 붕괴의 격랑 속에서 검찰 가족들께 짐만 남기고 떠나게 됐다”며 “대한민국 검찰이 끝까지 국민의 인권을 지키고,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기둥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달 10일 김창진·박현철 지검장 등 검사장 18명은 당시 노만석 대행이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를 결정한 데 대해 검찰 내부 통신망에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요청드린다”는 내용의 항의성 성명을 냈는데, 김·박 지검장은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의 이른바 ‘검찰 개혁’을 내건 개편 작업을 수차례 비판했던 정유미 검사장도 당시 “노 대행은 검찰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욕적으로 권력에 굴복한 검사로 남게 될 것”이라며 “책임지고 자리에서 사퇴하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번 인사를 통해 대검 검사급 보직에서 고검 검사로 강등된 데 대해 “정당한 근거가 없는 강등 발령”이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대구·부산·광주지검장에는 정지영(33기) 고양지청장과 김남순(30기) 부산고검 검사, 김종우(33기) 부천지청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공석이었던 수원지검장으로는 김봉현(31기) 광주고검 검사가 부임한다.

검찰 안팎에선 현 정권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등 검사들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인사를 통해 사실상 징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