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1일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고 최종 확정한 뒤 제기된 후속 소송에서 나온 첫 대법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이날 일본제철이 사망한 강제 동원 피해자 정형팔씨의 자녀 4명에게 약 1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정씨 자녀들은 “정씨가 1940~1942년 일본 이와테현 제철소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했다”며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정씨 측 변호인단은 “정씨는 강제 동원으로 가족과 이별해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한 노동에 종사했으며, 일본국이 패전할 때까지 강제노동을 했다”며 “일본제철의 행위는 당시 일본 정부의 불법적인 식민 지배 및 침략 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1심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이미 지났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소송은 피해자가 손해를 알게 된 날부터 3년 또는 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내야 하는데, 피해자들은 이 기간이 지난 뒤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보고 일본제철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일본 기업들이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본 ‘1차 소송’ 판결과, 이 손해배상 청구권은 2018년 전합 판결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판단해야 한다는 ‘2차 소송’ 판결에 따른 것이다.
정씨 자녀들처럼 2018년 전합 판결 이후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강제 동원 소송을 ‘3차 소송’으로 분류된다. 이날 판결은 3차 소송 중 첫 번째 대법 확정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