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법원이 주최한 ‘사법 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급격한 대법관 증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관 수를 단기간에 2배 가까이로 늘리면 정권 입맛대로 대법원 구성이 바뀔 수 있고, 전원합의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1년에 4명씩 3년에 걸쳐 추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날 상고심 제도 개편 주제로 발제를 맡은 오용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전 사법연수원 교수)는 “대법관이 증원되면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이 상고심 판결에 참여해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판결의 통일성이 저하되고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그러면서 “사실심(1·2심) 충실화 등 전체 심급 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도형 수원지법 안산지법 부장판사는 토론에서 “대법관 증가로 재판연구관 숫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1·2심 판사가 줄어들게 된다”며 “상고 사건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단시간 내 대법관이 2배로 늘어나면 대법원 심리 방식이 본질적으로 바뀌게 돼 상고심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1심 재판장을 맡을 경력 법관 다수가 상고심을 지원하는 재판연구관으로 옮겨가 하급심이 약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현수 광주지법 부장판사도 “대법관을 12명 늘리는 건 대법원을 또 하나 만드는 것”이라며 “많은 인력이 대법원에 집중되면 1심 부실을 초래해 상고 사건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적정한 증원 규모는 4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이 기존 심리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충실한 심리를 할 수 있으려면 몇 년에 걸쳐 대법관 4명을 늘려 소부(小部)를 하나를 새로 만드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했다.
단기간에 대법관을 늘릴 경우 정치권이 입맛에 맞는 인사로 법원을 채우는 ‘코트 패킹(법원 물타기)’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법관 인사권을 가진 행정부, 국회와 정치적 긴장이 증폭될 수 있다”며 “판결 정당성을 두고 정치적 배경을 의심받을 수 있고 사법부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여연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법원개혁소위원장(변호사)은 “대법관 증원은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라면서도 “증원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코트패킹 우려는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법관 적임자를 매년 4명씩 임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