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8일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의 관점에서 우려를 표명한다”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두 법안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앞두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법부 독립은 국민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그 어떤 명분으로도 훼손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특정 시점과 사안에 따라 입법부가 재판부 구성이나 법관·검사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입법을 반복한다면 입법권의 헌법적 한계에 관한 의문을 야기할 수 있고 국민 역시 입법 취지의 순수성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12·3 계엄과 관련한 내란 사건만 전담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법무부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판사회의 추천인사가 법관 후보를 뽑도록 하는 게 골자다. 법 왜곡죄 신설은 법관이나 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증거를 조작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형법을 고치는 내용이다.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대한변협은 “헌법은 사건 배당과 재판부 구성을 사법부 고유 권한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또 “법률은 불특정 다수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규범이어야 한다”며 “특정 사건이나 특정 집단을 염두에 둔 법안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핵심 요청인 ‘법 앞의 평등 원칙’에 위배될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특정해서 맡을 재판부를 구성하는 건 법치주의에 반한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위헌 논란이 지속될 경우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 등으로 오히려 재판이 지연되는 등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쟁점이 사법부로 넘어간 이상, 그 이후 판단은 사법부 고유 권한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법절차는 정치적 갈등을 법적 판단의 영역으로 전환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해결하는 제도적 장치”라며 “이 과정에서 입법부와 행정부는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형태의 입법이 반복된다면 이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의 독립적 직무수행을 위축시킬 수 있는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할 땐 구성요건의 명확성 등 엄격한 헌법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 중인 법안들이 이런 헌법적 요청을 충족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재판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법조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대법원장을 제외한 전국 각급 법원장들이 모인 최고위 법관 회의체인 전국법원장회의는 지난 5일 두 법안에 관해 논의한 뒤 “재판의 중립성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