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 특검이 27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주(駐)호주 대사 임명 및 도피성 출국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박성재 전 법무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당시 법무차관), 조태용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은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전되면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차단하려고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을 지시했다”며 “대통령실과 외교부, 법무부 관계자들은 이에 공모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작년 3월 호주 대사로 임명될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자로 입건돼 출국 금지 상태였는데, 임명 직후 출국 금지가 해제돼 호주로 출국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채 상병 사망 이후 수사 외압 논란이 커지자 이를 무마하려고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추진했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9월 야당이 이 전 장관을 공수처에 고발한 직후 조태용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 대사 임명을 언급하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이 전 장관에게) 기회를 주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해 11월 야권을 중심으로 채 상병 특검 요구가 거세지자, 윤 전 대통령은 11월 19일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을 정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조 전 실장은 외교부에 “이 전 장관을 내년 1월까지 호주 대사로 보내는 절차에 착수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장호진 전 차관은 “호주하고 모로코 (대사 임명을) 엮어서 빨리 진행하라”고 외교부 인사 담당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 과정에서 외교부의 공관장 자격 심사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 검증이 졸속으로 이뤄진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작년 1월 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를 열었는데, 이미 ‘적격’이라고 기재돼 있는 이 전 장관의 서류에 위원들이 서명만 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전 장관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이 없다’고 허위 내용을 기재한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시원 전 비서관은 최종 인사 검증 보고서에 이 전 장관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담기지 않도록 보고서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가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금을 해제하는 과정도 위법하게 진행됐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작년 3월 6일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금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박성재 전 장관과 심우정 전 차관은 “이 전 장관의 출금을 해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특검은 “박 전 장관 등은 공수처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출국 금지 심의위원회 개최 전 해제 결론을 내리고 이를 의결하게 했다”고 했다.
특검은 “통상 해외 공관장 임명을 위해 진행되는 절차와 굉장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고, 정해진 절차를 무력화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며 “결국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핵심 당사자이자 대통령과의 연결고리인 이종섭 전 장관을 외국으로 도피시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