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이날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박성원 기자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26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기소된 지난 정부 각료 중 첫 구형이다.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는 내년 1월 21일 나온다.

특검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며, 과거 45년 전 내란보다 더 막대하게 국격을 손상하고 국민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줬다는 점에서 그 피해를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는 행정부의 2인자이자 총리로서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이었다”며 중형을 구형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래픽=박상훈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해 내란을 방조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재판에 넘겨졌다.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알고도 윤 전 대통령을 저지하지 않은 채 오히려 형식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계엄 선포를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계엄이 끝난 뒤 사후 선포문을 작성했다가 폐기하는 데 관여하고,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계엄 선포문을 받거나 보지 못했다”며 허위 증언을 한 혐의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작년 12월 3일 밤 윤 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처음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었을 때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고 주장한다. 이날 한 전 총리는 최후 변론에서 “비상계엄으로 국민이 겪은 고통과 혼란에 대해 가슴 깊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무위원들을 모셔 다 함께 대통령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고, 결국 막지는 못했지만 비상계엄을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비상계엄 선포가 곧 형법상 내란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전 총리는 ‘선포’ 외에 구체적 내란 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계엄 선포 자체의 위법성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후 불법 소지가 있는 군 투입 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반면 특검 측은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에 연루돼 내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주영복 전 국방장관 사례를 들어 “법원은 징역 7년을 선고하며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하료(下僚)의 일이고, 지위가 높고 책임이 막중한 경우 변명이 용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며 “마찬가지로 행정부 2인자였던 한 전 총리의 변명은 용서나 용납이 안 된다”고 했다.

내란 관련 사건 중 이날 한 전 총리에 대해 가장 먼저 결심이 이뤄짐에 따라, 12·3 비상계엄이 내란인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은 이진관 재판장이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재판장은 증인으로 나온 지난 정부 국무위원들을 질책하는 등 유죄 심증을 갖고 있는 듯한 재판 진행을 해와 법조계에선 “중형 선고가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재판장은 당초 특검이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죄의 방조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하도록 요청해 공소장을 변경했는데, 이 역시 유죄 선고를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내란 우두머리 정범으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보다 방조 혐의에 먼저 유죄를 선고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