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문고리’로 불리는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김 여사의 ‘통일교 명품 수수’ 혐의에 대해 “영부인께서 ‘건진 법사 심부름을 해준 것이라고 진술해주면 안되겠느냐’고 부탁하셨다”고 증언했다. 특검 출범 전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유 전 행정관이 샤넬 가방 2개를 또 다른 가방 3개와 구두 등으로 교환한 정황을 확보했는데, 김 여사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유 전 행정관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에서 열린 김 여사의 알선수재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했다. 특검 측은 “5월 남부지검, 8월 특검 조사에 출석해 진술하기 전 김 여사와 어떻게 진술할 지 논의한 적 있느냐”고 물었고, 유 전 행정관은 “예.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나오라고 해 영부인께 ‘명품과 전씨가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고, 영부인께서 가방 두 개를 말씀하시면서 제가 교환한 것에 대해 ‘전씨 심부름을 해준 것이라고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수사기관 조사 때 거짓으로 진술해달라고 부탁하더라도 처벌이 어렵다.
유 전 행정관은 2022년 4월 가방을 교환할 당시에 대해 “영부인께서 가방을 가지고 오셔서 제게 바꿔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같은 해 7월 샤넬 매장을 찾아 가방을 교환할 때 “가방 사진을 찍어서 영부인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냈고, 영부인께서 결정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유 전 행정관은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구두를 전씨에게 돌려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 당시에는 어떤 물건인지 몰랐지만, 수사가 시작된 뒤 자신이 바꾼 샤넬 가방과 구두를 돌려줬다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유 전 행정관은 “한남오거리 근처 골목에서 전씨 처남에게 물건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다만 유 전 행정관은 김 여사가 수수한 혐의를 받는 6220만원짜리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선 “(김 여사에게) 얘기를 들은 바 없고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여사가 작년 5월 박성재 당시 법무 장관에게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건은 2년이 넘게 왜 방치돼 있느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당시 김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 계획을 밝힌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