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집단 성명을 냈던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가 성명을 낸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이동시키는 인사를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지자, 박 지검장 스스로 거취를 정한 것이다.

박재억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박 검사장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박 검사장은 심사숙고 끝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나 대검찰청에서 거취 표명과 관련한 연락을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박 검사장은 이날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검찰 조직이 혼란에서 벗어나 빨리 안정을 찾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검사장은 지난 10일 검사장 18명과 함께 검찰 내부망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일선 검찰청의 공소 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직무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검사장들의 집단 행동을 문제 삼아, 이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정권에 맞서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압박해 검찰을 길들이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박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원지검에서 출범할 예정이었던 마약범죄전담 합동수사본부(합수본)의 운영에도 차질이 있을 전망이다. 박 검사장은 합수본부장 내정자였다.

박 검사장은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 마약과장 및 조직범죄과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강력 수사 전문 검사이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을 맡았다. 이후 검찰 개혁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인사에서 밀렸다가, 2021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수원고검 차장검사, 창원지검·대전지검·인천지검 검사장 등을 거쳤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송강 광주고검 검사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전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1/뉴스1

같은 날 송강 광주고검 검사장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고검장은 지검장 집단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최근 대장동 항소 포기로 인한 내부 반발과 지검장의 평검사 강등 검토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사직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연수원 동기인 구 고검장이 대검 차장에 임명된 점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송 고검장은 노만석 전 대검 차장의 사퇴 이후 구자현 당시 서울고검장(29기), 이종혁 부산고검장(30기)과 함께 후임 물망에 올랐었다. 송 고검장은 대검 공안과장과 기획조정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수원·대구지검 차장검사, 인천지검 검사장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