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왼쪽)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 전경. /뉴스1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여당이 추진하는 ‘재판 소원’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헌법소원 대상에 재판을 포함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재판소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헌재에서 다시 다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당론(黨論)으로 재판 소원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소원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해야 하고, 이를 제외하는 경우 기본권 구제의 폭넓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는 것을 삭제해 재판 소원을 허용하는 개정안에 찬성 의견”이라고 밝혔다. 재판도 ‘공권력’ 행사의 일종인 만큼, 헌재가 이를 헌법적으로 통제해야 맞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재판 소원 제도가 사실상 ‘4심제’로 분쟁 해결을 지연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헌재와 법원의 역할을 혼동한 것”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헌재는 “재판 소원의 본질상 헌재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사실 확정이나 법률의 해석·적용을 4심으로 다시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며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헌법 해석, 특히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에 관한 헌법 해석을 최고·최종 헌법 해석 기관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또 “재판 소원이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사건 폭증을 막는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고 헌재의 인력과 시설을 보강해야 할 것”이라며 “헌재가 밀려드는 사건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한층 더 강화하는 방안을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재판 소원이 도입된다면 헌재는 개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있게 판례를 형성해 나가며 심판 사무의 효율화를 통해 사건 증가에 따른 행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도 했다. 재판 소원의 효율화를 위해 ‘헌재 판단이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가지거나 기본권 보장에 필요한 때에 한해 청구한다’는 요건을 추가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분명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판 소원은 어떤 명목으로 포장하든 네 번째 재판을 전제로 한다. 서민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으로 돌아가 소송 지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