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가 비상장주식 투자로 억대의 차익을 본 태양광 소재 업체가 김건희 여사도 투자해 수익을 거둔 회사였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특히 이 회사에는 김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 가깝게 지낸 사이로 알려진 검사 출신 양모 변호사가 주요 주주 겸 사외이사로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 변호사와 민 특검, 이 회사 대표 오모씨 등 세 사람은 대전고·서울대 동기이고, 판사 출신 민 특검과 검사 출신 양 변호사는 사법원수원 같은 기수(14기)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법조계에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정한 투자인지 밝혀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도이치모터스, 삼부토건 등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민 특검 본인이 불법 주식 매매를 한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민 특검은 2008년 2월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되면서 처음 재산 공개 대상이 됐다. 그해 4월 관보에 공개된 민 특검 재산에 인천에 본사를 둔 태양광 소재 업체 ‘네오세미테크’ 비상장 주식 1만주, 500만원어치가 등재돼 있었다. 이 회사는 2000년 2월 설립돼 2009년 10월 코스닥 상장사 모노솔라를 합병하며 우회 상장했다. 그해 말 민 특검도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 수가 1만2036주로 늘었다.
그런데 네오세미테크는 회계법인이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며 ‘감사 의견 거절’을 하면서 이듬해 3월 24일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이후 금융 당국의 고발과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결국 같은 해 8월 23일 상장이 폐지됐다. 대표 오씨는 해외로 도주했다가 4년 만에 붙잡혀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2016년 6월 징역 11년형이 확정됐다. 피해액은 4000억원이 넘었고, 소액 투자 피해자는 70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투자자 중 한 명이었던 민 특검은 결정적인 타이밍에 주식을 처분했다.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인 2010년 1월 4일부터 3월 24일 사이에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해 피해를 피한 것이다. 당시 한 주당 1만1000원 안팎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민 특검의 시세 차익은 최소 1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씨와 양 변호사 등 회사 내부자들로부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소식을 미리 듣고 주식을 비싼 값에 처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 오씨는 2010년 2월 26일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된 것을 알고 2010년 3월 3일부터 23일까지 보유 주식 24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민 특검은) 2000년 초 회사 관계자가 아닌 지인의 소개로 3000만~4000만원을 투자했다가, 2010년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주식을 1억3000여 만원에 매도했다”고 해명했다. 1억원 남짓 차익을 남겼지만,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취지다. 한 법조인은 “정상 거래였으면 취득 가격과 소개한 지인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네오세미테크는 공교롭게도 특검팀이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다시 등장했다. 김 여사와 증권회사 직원의 통화 녹음 파일에서 김 여사가 이 회사에 투자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일부를 처분해, 네오세미테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다가 2009년 10월 매도했다. 김 여사도 상당 부분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김 여사가 주식을 잘 모른다고 주장해 확인하는 차원에서 등장한 회사”라며 “네오세미테크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개미 투자자 7000여 명이 4000억원을 물릴 때 민 특검은 30배 수익을 봤다”며 “도둑이 도둑을 잡는 격이다. 주가 조작 혐의자 민중기는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판사 시절부터 특검에 이르기까지 민 특검은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였던 2014년 9월 몇몇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려면 7㎝면 충분하다”고 했다가 곧바로 “신용카드를 말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해 참석자들이 문제를 삼았다. 당시는 사과하고 지나갔지만, 2018년 2월 서울중앙지법원장에 부임할 때 이 사실이 다시 불거져 공보 담당 판사를 통해 재차 사과했다.
지난 8월 말에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측 변호인 가운데 판사 출신인 이모 변호사를 20여 분간 면담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변호사는 민 특검이 2009년 부산고법 부장판사일 때 같은 재판부 배석 판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