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검팀에 15일 자진 출석했다. 외환 혐의 조사를 받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이 특검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란 특검은 이날 오전 8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을 강제 구인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이 “더 이상 구치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자진 출석을 결정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차량에 탑승해 특검 사무실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 특검은 “지난달 30일 외환 혐의 관련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1일 발부 받았다”며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늘 오전 8시 체포 영장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교도관이 오전 7시 30분쯤 체포 영장 발부 사실과 집행 계획을 알리자 윤 전 대통령이 출석 의사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특검은 체포 영장을 집행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은 임의로 출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지난번 민중기 특검의 무리한 체포 영장 집행 이후, 구치소 직원들의 고충이 컸었다고 변호인들에게 자주 언급했다”면서 “구치소 공무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윤 전 대통령의 결정이며, 공무원들이 (체포 영장을) 직접 집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자진해서 응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 14분부터 시작됐다. 배보윤, 김홍일 변호사가 조사에 입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곧 입장문을 내고 “(내란 특검의) 이번 체포 영장 청구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는 위법한 조치”라며 항의했다. “특검 측의 소환 통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이) 변호인과 출석 일정을 협의하라’고 요청했음에도, 어떠한 협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체포 영장을 청구해 적법 절차의 기본 원칙을 정면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일 오전 7시 30분쯤, 윤 전 대통령이 세면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도관들이 기습적으로 영장을 집행하려는 상황이 벌어졌으나, 교도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세면도 하지 못하고 옷만 챙겨입고 자진 출석했다”고 했다. 외환 관련 조사에 대해서는 “이미 두 차례 출석해 충분히 조사받은 사안으로 더 이상 진술하거나 제출할 내용이 없는데, 다시 영장을 청구한 것은 불필요한 중복 수사이자 사실상 압박 수사”라고 했다.
또 “이처럼 이례적인 시각에 영장을 집행하려 한 것은, 새벽에 있었던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영장 기각 결정 직후 이뤄진 점에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절차적 정의를 무시한 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청구된 명백히 부당한 조치”라고 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영장을 다시 집행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만약 이날 윤 전 대통령이 조사 도중 귀가 의사를 밝힌다면 교도관을 통해 체포영장을 재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틀 연속 조사를 해야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 다시 영장을 집행해서 데려 오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만큼 물리적 인치 가능성은 열어뒀다는 취지다. 특검은 “오늘 외환 혐의 의혹과 관련해 필요한 질문을 모두 준비했다. 오늘 질의가 마무리 되면 더 이상의 조사는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24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에게 ‘평양 무인기 투입’ 등 외환 혐의 관련 출석을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아 조사가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