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서 나오고, 그 가치는 국회·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직접 선출 권력’인 입법부가 ‘간접 선출 권력’인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의 이재명 대통령 발언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천 처장은 이날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특정 정당이 입법부 다수를 점한다 하더라도 사법부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며 함부로 폄훼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같이 답변했다. 천 처장은 “현재 시점에서의 민주적 정당성은 국회와 대통령에게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은 일반 국민이 헌법을 만들면서 규정한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서 나온다”고도 말했다.

천 처장은 또 “올해 8월 15일(광복절) 이 대통령의 ‘국민 임명식’ 때 국민 대표 중 한 분이 ‘삼권분립이 존중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제게 굉장히 큰 울림이 있었다”면서 “국민주권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삼권분립이 반드시 제대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국민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국회가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천 처장의 발언은 세 기관의 민주적 정당성 간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취지였다.

천 처장은 이날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을 이유로 이어지는 여권의 사법부 공경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천 처장은 “모든 판사는 판결을 피할 수 없는데, 판결 하나의 결과에 대해 절차적·실체적으로 국회에 나와 조사를 받는 상황이 생긴다면 많은 법관들이 직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낄 것”이라며 “이 부분이 우리 사법에 큰 지장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이른바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묻겠다며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례대로 인사말을 하고 자리를 뜨려 했지만,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이석을 막고 증인 선서 없이 질의응답을 90여 분간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