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 마무리 발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자신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 대통령 전원합의체(전합) 재판 내용을 모의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개입’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많은 위원님이 지적해 주신 전합 재판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제기된 ‘조희대·한덕수 등 4인 회동설’을 근거로 조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이 대통령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했지만, 의혹 제기가 계속되자 재차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 사건에 대한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해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과 합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다”면서 “대법원장이라 하더라도 전합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어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오랜 법언이 있다. 전합에서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 있다”고 했다. 또 “판결문과 아울러 대법원이 미리 제출한 답변서 등에 의해 (이 대통령) 재판과 관련한 국민들과 위원님들의 의혹이 일부나마 해소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앞서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이 대통령 사건을 신속하게 재판한 이유에 대해 “1·2심의 절차 지연과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에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추 위원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관례를 깨고 질의응답을 강행했다. /뉴스1

조 대법원장이 약 7분간 마무리 발언을 마치자,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여당 의원에게 대법원장을 상대로 질의응답을 시키려 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과 마무리 발언만 하고 퇴정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 위원장 앞에서 강하게 항의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충돌했다.

그러자 추 위원장은 자신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언제 가지고 가서 봤느냐”고 직접 질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시 반발했고 조 대법원장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법원장이 침묵하자 추 위원장은 이날 오후 11시 55분쯤 감사를 마쳤다. 추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도 인사말을 하고 자리를 떠나려는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가하지 않고, 증인 선서 없이 약 90분간 질의응답을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