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83㎝ 쇠 파이프를 휘두른 30대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최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 정문에 서 있는 조각상. 엄태정이 1995년 제작한 ‘법과 정의의 상(象)’이다. /조선일보 DB

A씨는 2023년 8월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여자 친구의 성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83㎝ 길이의 쇠 파이프를 휘둘러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남자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신고한 여자 친구는 이미 A씨가 집 밖 복도로 쫓아낸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이 A씨의 현관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집 안으로 진입했고, 안방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A씨가 쇠파이프를 휘두를 듯하며 “나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를 공무집행 방해 및 강간 혐의로 입건한 뒤 검찰에 넘겼다.

쟁점은 A씨가 쇠파이프를 휘두른 행위가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인지 여부였다. 1심은 “주거지에 있던 A씨를 여러 차례 호명했지만 인기척이 없자 자해, 자살 등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시 보호 조치를 위해 들어간 적법한 직무 집행”이라며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여자 친구에 대한 범죄는 이미 종료된 상태였고, 자해나 자살을 시도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성폭행 여부 확인을 이유로 한 진입은 사실상 수색에 해당해 적법한 직무 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