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첫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은 국가 발전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이 위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4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시장 경제와 국제적 신인도 등을 통해 우리나라가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진행될 때 한 전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이름과 주소 등을 답했다. 재판장이 생년월일을 묻자 “1949년 6월 18일입니다”라고 했고 직업을 묻자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원하지 않습니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윤 전 대통령의 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폐기하고,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계엄 선포 당일 문건을 받거나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한 전 총리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 중 위증한 부분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위증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그런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문건을 받은 사실이 없거나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이어서 위증의 고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재판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이날 예정됐던 CCTV 증거 조사는 다음 기일로 미뤄졌다. 특검은 군사상 3급 비밀인 대통령실 CCTV 영상을 공개 재판에서 다룰 수 있도록 기밀 해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검 측은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재판에서 비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밀 해제)절차를 진행해보고 가급적 다음 기일에 진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공개 재판이 원칙이기는 하나, 영상이 3급 비밀이라는 이유로 피고인과 변호인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국민적 관심사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공개한다면 여론 재판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날 진행하려고 했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의 증인 신문도 내달 20일 이후로 연기됐다. 조 전 장관 측은 전날 가족의 진료 문제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내달 13일로 정했다. 대통령실 CCTV 증거 조사와 서증 조사를 하고,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법원은 이날 재판을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재판 중계를 신청했고, 법원은 오늘 재판 절차에 한해 중계를 허가했다”며 “방송사가 아닌 법원과 법원의 위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해 촬영·중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